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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시집살이

by bigmama 2009. 2. 12.

 

 

 

 

내가 처음 시집을 왔을 때
우리 둘째 시누님은 오히려 우리가 시어머님과 따로 살기를
권할 정도였다.


시어머님의 성정이 워낙 곧고 깔끔하신 분이라
어느 누구라도 비위를 맞춰드리지 못한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시누이들도 집안 어르신들도
모두 공감하고 우려하던 일이었으나 그건 그렇더라도
연세가 일흔이 넘으신 분을 홀로 사시게 할 순 없었을 뿐더러

다행이 나를 어여삐보셨기에 정작 당사자인 나는 크게 걱정스런 마음 없이
그렇게 신혼 생활은 시작되었다.

 

뭐~ 처음엔 다들 그렇겠지만
제일 힘들었던게 일찍 일어나기였다.ㅎ

 

어쩌다 늦잠을 자게되면
전혀 말씀은 없으시지만 휑~한 찬바람이 쌩쌩불고
간혹 남편의 애정표현(포옹해 주기)을 목격이라도 하신다치면
시누이댁으로 나들이(?)가시기를 여러번.ㅎ~

 

물론 다른 잡다한 일들도 많았지만
나에게 대놓고 면박을 주시거나 탓하신 적은 별로 없었다.
아마도...홀로 많이 삭히신게지~

 

내가 시어머님과 함께 한 시간은
일년 여의 짧은 시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시면서
나의 시집살이는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시집살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런 생활이었다.

 

 

오십대의 우리들.
얼핏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을 보면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이들이 많진 않다.

 

고향이 시골인 경우는
오히려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서울이나 경기가 고향인 사람들이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은데...

 

손위 작은 시누님은 예순이 넘었지만 아흔이 거의 되신(넘으셨나?)
시어머님을 모시고 아직도 시집살이 중.

 

지금은 연세도 있으니 젊은 시절과는 달리 비교적 편하게 지내시겠지만
"나는 거실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 낮잠 한번 자보는게 소원"이라던,
"나는 절대로 아들과 같이 살지 않을거야"라던 말들을
친정에(우리집) 와서 넋두리하였고
다른 식구들은 참 안타까운 마음으로 위로하고 지켜보았었던 일들.

 

시어머님의 연세가 여든 중반이시며,  막내 며느리면서도 모시고 있는 한 친구는
외출도 잘 안하시는 어머님과 둘이서 하루종일 지내기 힘들어서
오히려 자신이 오전에 나온다는,
그리하여 그녀의 스케쥴은 일주일 내내 빡빡하기만 하다.
약속된 날이 아니면 시간내어 만나기 힘들 정도이니.

 

또 한 친구는 (역시 여든이 넘으신 )
그 시어머니도 외출을 거의 안하시는 분이라서
매일 준비해야 하는 하루 세끼 식사 준비가 힘에 겹다는 말과
천벌받을 이야기지만 약(건강 보조제)을 지나치게 챙기시는 모습이
마음에 안들더라는 얘기까지도...

 

덧부쳐서
앞으로 우리들은 약을 먹더라도 자식들 몰래 먹고
약봉지가 안보이게 챙겨야한다는 조언(?)까지 하는 그 심정에다 대고,
그래도 부모님을 잘 모셔야 하는거라고,
가신다음에 후회하면 소용없는거라고
남의 말하듯 그렇게 구태의연한 위로를 할 순 없더라.

 

(그렇다고 시어머님에게 무심한 것이 아니다.

그 친구들 모두 깍듯하게 봉양하고 있으며

잘 모시려니 힘든 것임을...)

 

그저 할 수있는 말이라곤
"그래 많이 힘들겠지...
대체적으로 부모님께 잘하는 사람들 자식들이
나중에 잘 되더라.
그러니 힘 내~~"  이럴밖에.

 

우리세대가 자식들과 함께 살 경우는 이제 거의 없겠지만
아직도 우리세대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경우가 많기도하고
老.老가정(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가정)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머지않아 나도 시어미가 될 입장이거니와
수명또한 얼마나 연장이 될런지 가늠하지 못하기에
이렇듯 지척에서 여러 어려움들을 보고 느낀 때문인지

 

오래 오래 살고 싶다...는 마음은
자식에게 감추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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