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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줌마들의 수다

by bigmama 2009. 2. 13.

 

 

 

 

 

 

처음엔 학부형의 입장으로 만났던 사람들.
아이들이 재학 중에 만날 때는 아마도 다들 가슴 깊은 곳에
일종의 경쟁심이나 경계심,질투심들을 더 많이 간직하고 있었으리.

 

그리 지내다가 졸업에 즈음한 대학 입시결과 때문에 저마다의 희비가 엇갈려 가고...

각각의 에미들 마음속을 드러내 보이자면 아마도 총천연색의 장이었을거구만!

상대에게 합격을 축하하면서도 가슴 한켠 싸해져가는 마음들이
왜 안보이겠으며 왜 안느껴지겠는가.

 

잠시동안은
아이들이 모두 어떤식으로든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에미들의 표정들은 긴장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니라
무심한 사이에 나타낼지 모를 감정표현에 특히 조심해야 했다.

 

아이들은
이젠 모두들 군대까지 다녀와 어엿한 예비역들이 되었고
복학을 하여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불어 우리들의 모임은 그 해가 더해갈수록
자식들의 친교와 무관하게 또 다른 정을 쌓아가는 중...

 

앞서거니 뒷서거니 갱년기를 지나치기 시작하고 있는 우리들은
공감해가며 나누는 이야기가 끝이 없기에
매번 모임때마다 왁자한 수다와 웃음들로
그렇게 서로를 위로해가며 보듬어가며 지내고 있다.

 

이번 모임의 화제는 아들들의 성토!
방학이라서 그렇다고 이해 한자락씩은 깔아주고 시작했지만
집집마다 아들의 모습들이 거의가 판박이의 모습들이다 보니
누구랄 것도 없이 열변을 토하고 있는 에미의 얼굴을 보며
그 얼굴이 바로 자신의 얼굴이기에 웃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동질감들.

 

그에 더하여 갱년기 우울증을 겪고 있는 한 친구는
뒤따라 겪게 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주고자
자신의 푸념과 경험을 들려주었다.

 

"나는 오전에 나갈 일이 있는데
셋이서 제 각각 방마다 콕콕 백혀있으니 내가 미쳐부러~~" 하던 우스개 소리.


아들 둘이 방학인데다가
남편이 은퇴한 뒤(전역) 집에만 있으니
그로인해 부딪히게 되는 사소한 일상들이
그녀에게는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모양이다.

 

남자들은 은퇴 뒤에는 친구도 자주 만나지 않더라.
신경 써주고 평소와 같이 대하는데도 남편은 서운해 하더라.
결론은...더 잘해줘야 서운해 하지 않는데
나도 하고 싶은게 많고 예전처럼 집안일에만 얶매이기는 싫기에
난감하다는 말들이 그것이었다.

 

자꾸 삐지기 잘하는 남편을 보니
어쩔 땐 가만히 앉아있는 남편의 뒷통수를 때리고 싶은
충동도 생기더란다.이런~ ㅎ

 

나와는 달리 아주 감성적이고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인 그 친구는
쉰으로 입성하던 해에 많은 가슴앓이를 했었다.
사추기를 심하게 겪는다고나 할까? 그런...
그 감정적 파고를 넘기위해 무던히도 애쓰던 모습들을 보았었다.

 

지금은 더욱 종교 생활을 열심히 하며
봉사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지낸다만
아직도 갱년기 우울증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저마다 그 강도는 다르지만
다들 느끼고 있는 감정이다보니 그런 말들을 나눌 때는
서글픔도 베어나는 심정들이었을게다.

 

아줌마들의 대책없는 수다짓.
어쩔수 없이 왁자지껄 할 수밖에 없고
간혹 경망스런 웃음소리가 주변의 눈총을 받기도 하고
신세 좋아 음식점 한켠에 앉아 노닥거린다고 눈흘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매일 그런 자리를 갖는 것도 아니고 매냥 그런 모습도 아닐 뿐더러
그들의 수다는 올바른 삶을 살려는 몸부림이기도 하기에
적어도 쉰 세대를 넘긴 이들이라면
여자이건 남자이건
어루만져 주는 마음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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