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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삶 (2)

by bigmama 2012. 10. 14.

 

 

 

 

 

급작스럽게 혈행성으로 돌변된 뒤로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신체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고...

이토록 빨리 진행될 줄을 누가 짐작이나 했으리.

 

언제 어느 때 공포스런 작별이 있을지 모르기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만남에

마음을 다잡아 가며 얼굴을 마주하고 온기를 나누던 시간들.

 

정신적인 고통은 영혼을 빼앗아 간다지만

육체적인 고통은 서서히 영혼을 찢어 내고 마침내는 잔인하게 망가뜨려 놓을 것이다.

진통제의 양과 횟수는 늘어만 가도

그 고통은 결코 줄지 않는다.

아니,그에 비례해서 점점 더 증폭되어 가는 듯 하다.

 

실오라기 같은 한가닥 희망줄을 꼭 붙들어 매던 손의 힘은 빠져 있고

선하고 해맑던 심성이 조금씩 변질되어 가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거친 야성을 닮은 본능의 모습과 침잠된 영혼의 모습.

 

간간히 투입하는 알부민 주사.

이제,

잘하는 짓인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통만 연장시키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꺼져가는 생명일지언정 인간의 오감은 그대로 살아서 고스란히 느끼고 있기에

차마 손놓고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는데...

 

명쾌한 답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혈육에게는 이렇듯 마음먹기가 쉽잖은

아주 아주 힘들고 어려운 문제였음을...

 

 

 

병원에 다녀오는 날은

내 정신적 에너지도 모두 소진되는 것만 같으네요.

예전에는 전혀 못느끼던 느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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