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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전원 생활의 꿈

by bigmama 2009. 3. 10.

 

 

 

 

 

친구들 모임이 있던 날.
반가운 얼굴 중 한 친구가 얼굴이 핼쑥해져서 나왔다.

 

그 친구...
한 때는 강남의 중심부에 살며 골프를 치러다녔던,

(골프가 별거라기 보다는 여유로움을 강조하기 위해 밝힘)
남편은 작으나마 건실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자식들을 유학까지 보내는 등
삶에 큰 어려움이 없이 잘 먹고 잘 지내던 사모님이었다.

 

그런 그녀가
집은 세를 주고 예전에 경기도 북부에 사 놓은 땅 근처 도시에 거처를 장만하여 옮기면서
그녀의 반쪽(?) 전원 생활은 시작 되었는데...

 

이십여년 넘게 살던 곳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남편이 건강이 안 좋아지자 매사에 의욕도 잃고 우울증에 빠져 지내니
매일 남편의 기분을 살피느라 노심초사가 되어가던 중에

 

남편이 전원 생활을 간절히 원한다니 회사도 헐 값에 넘기고
고민 끝에 남편의 바램과 건강을 위해
남편이 바라던 데로 그 뜻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단다.


물론 그렇게 해도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해서 모아둔 재산이 있으니
아이들 뒷바라지와 먹고 사는데는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서울을 벗어난 지가 어언 이년 째...


그동안 그 남편은 특수 작물을 재배하는 농장으로 꾸미기 위해
작물에 대한 공부를 한다, 연구를 한다며 전원 생활에 만족해하며
기대가 가득한 마음으로 열심이었다.

 

드디어 작물 한가지(유실수)를 선택하여 심었고, 부부는 아직 미완인 농장(?)으로
거의 매일이다시피 함께 출근하며 농장을 살피고, 한 켠에 마련된 텃 밭을 일구어가며
첫 해에 실수한 것들을 경험 삼아
여러 푸성귀등을 가꾸는 재미도 부치는 듯 보였다.

 

그 친구는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던 터라
밭농사일에도 어느 정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어쩌다 같이 산엘 가면
저건 무슨 나물이네~ 이건 무슨 나물이네~ 해가며 요리하는 법 까지 설명하던 친구)

 

그 동안 학업이다 결혼이다 해서 전혀 손에 대보지도 않던
밭일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래봐야 그들 식구들의 먹거리 정도라는데도.


요즘은 하루 일과가 거의 풀뽑기라네...

눈에 띄게 여윈 볼하며 까맣게 탄 피부...
한달 전에 보았던 모습보다 많이 상해 있었다.


혹시 아팠나 해서 놀라서 쳐다보는 우리에게
나 불쌍해 보이지? 이제 촌여자 다 됐어~ 하며

희미하게 웃는 그 웃음이 왜 그리 힘이 없는지...

 

건강해 보이기만 하구만~ 이런 얘기를 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들은 마주보며 그저 소리없이 웃었다.


서로가 그 속을 꼭 얘기해야 알까??

잔잔히 들려주는 그녀의 전원 생활을 듣다보면
아기자기한 일상 사이 사이로 지나가는 한숨 소리가 들렸다.

 

젊었을 때는 도시 한 복판에서 공해다 뭐다 해도
편리하다는 이유로 복작거리며 살기를 원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공기 맑고 경관 좋은 곳에서
텃밭이라도 일구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소박한 꿈.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전혀 소박하지도,가당치도 않은 꿈이란 걸 깨닫는다.

 

한 번도 시골 생활을 해본적이 없어서인지
막연하게 마냥 서정적이고 푸근한 생활일것이라는 기대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정신적 사치인지 알고 있으며,

 

내 삶의 터전을 떠나 (고향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낯설고 한적한 고장에서 이방인처럼 살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려운 것이다.

 

어쩔수 없이 멀어진 길이야 운전하고 다니니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가고싶은 곳을 쉽게 가고 오고 할 수 있다지만
어디 그게 생각과 같을까?

 

더구나 자식은 물론이고 친지나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없어 느끼는
그 외로움과 그 쓸쓸함은 어떻게 이길 것인가...
나로선 정말 자신없는 부분이다.

 

전원생활에 힘들게 적응해 가는 친구를 보며...
그녀의 남편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삼는 그 친구가
하루 속히 편하게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꿈을 품고 낯선 곳으로 떠난 그 부부.
그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윗글은 작년 여름쯤엔가 쓴 글인데

 

이 친구는 요즘엔 많이 적응이 된 듯 만나면 활기가 돌았다.

다행이 겨울철이라서 크게 힘든 일도 없겠지만

그 지역의 문화센타에 나가서 여러 강좌를 듣고 

 

지역 주민들과도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안면도 많이 트였는지(붙임성이 있긴 하다)

많이 편안한 모습이었다.

참 다행스런일~

 

근데 또 한 지인은 전원생활이 도저히 힘들어서

다시 컴백 서울을 한다네...

완전히 정리하는건 아니고 아내의 요구에 못이겨서

결국 남편이 손을 들고 두집살림(?)을 하기로 한 모양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데다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도 별로 없을 지역이라서

친구도,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지내기가 영 힘들었던 모양이다.

 

요즘 서울의 근거지를 수리하느라 부산한데

이 부부는 일주일의 반은 별거아닌 별거를 해야할성 싶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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