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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영화관에서 있었던 일

by bigmama 2009. 2. 27.

 

 

 

 

 

 

 

워낙에 영화 '워낭소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지만

각박한 요즘, 누구나 할 것없이 마음에 진한 감동을 느끼고 싶던 참이었던지

우리들 모두는 워낭소리를 지목했다.

 

각자가 사방에서 거주하기에

교통이 좋은 롯데 시네마에서 만나 영화관에 입장!!~~

들은 얘기는 있어서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휴지 서너장씩을 다들 나누어 들고

눈물을 맞이할 채비까지 마치고선 부푼 기대를 하면서 스크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남루한 차림과 시골 마을의 조촐한 모습이

스크린 가득 담기기 시작하면서 

이곳 저곳에서는 슬슬 한숨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도 우직한 소를 위하는 할아버지의 정성이 눈물겨웠고

그 할아버지의 소를 위하는 마음을 시샘하듯

간간히 내뱉는 할머니의 대사는 공감이 되기도 하고,웃음이 나기도 하고.

수명이 다 됐음직한 늙디 늙은 소의 느린 발걸음과 울음이 애처로워

가슴이 먹먹해지려는데...

 

이 영화의 애절한 스토리야 이미 다들 아시는 이야기이고..

 

영화관이 시내에 위치해서 그랬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그 날은 유독 나이 있으신 여성분들이 삼삼오오로 많이 오셨다.

아마도 친구들 모임에서 같이 오신듯,

영화관 군데 군데 모여앉아  자리를 잡고 계셨는데

얼핏 보기에는 60대 이상이 많았고 간혹 칠십대 분들도 있으셨던 것 같았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우리들 앞 줄에 자리하신 대여섯 분.

화면이 바뀔 때마다 탄성과 한탄의 말씀,

화면을 보며 옆사람에게 설명하시기도 하고 해설도 하시며

아무튼 이것 저것 참견을 하시는데...

 

에휴~ 막 내용에 몰두하려 하면 들리는 소리들 때문에

번번히 감정의 맥은 끊기고...

 

참다 참다 못참겠던지 주변에서 조용히 해주십사 말씀을 올렸건만

전혀~ 신경 쓰는 기색도 없고~

 

아무튼...

우리들은 눈물을 훔치리라 기대하며 손에 쥐고 있던 휴지를

한번도 써 볼 사이도 없이

그렇게 후딱! 영화는 끝나버렸다.ㅎㅎ

 

나역시 군데군데 장면에서 아릿한 마음이 느껴지다가,

소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며 조금 눈시울이  붉어질라 하다가는

앞자리의 분들이 서로가 나누는 대화때문에

급! 건조모드로 돌입~

 

영화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자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은 우리들의 상심은 극에 달했고

영화관 옆에 마련돼있는 커피점에서 다들 툴툴거리며 그분들을 비판(?)했다.ㅎ~

그러면서

'우리는 늙어서 저러진 말자~~' 다짐했다!! ㅋ~

 

나도, 우리 친구들도  종종 그런 모습이 되기도 한다.

집에서 tv를 보면서 궁시렁 궁시렁 거릴때도 있고

옆에 가족들이 있으면 괜히 구구절절 설명도 하고 해석도 하고.

 

세삼스레 입장이 바뀌어 겪어보니

하찮은 문제가 아닌,참~주의해야 할 문제이더라.

 

어른은

공경을 받고 우선적으로 배려를 받아야 한다는건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어른 역시도

아랫 사람들을 생각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을 가졌으면 참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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