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장미가 화려하다.
요즘은 장미들 세상.
도로가에 위치한 벽이나 주택의 담장은 물론이고
시내의 고층건물 담장에도 어김없이 붉은 줄장미가
매혹적인 빛으로 도시를 물들이고 있는데
짙은 녹색잎 사이로 붉은 장미의 꽃송이가 송알송알 맺혀있으니
삭막한 도심이 꽤 낭만적이고 아름다워 보인다.
며칠 전 외출하던 날.
라디오를 들으며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는데
사월과 오월의 "장미"가 흘러나온다...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대학1년 때...
써클에서 가끔 보던 남학생이 있었는데
한 서너번 봤나..내 기억으로...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별로 없었는데
6월의 어느 날인가 우연찮게 그와 단둘이 만나게 되었다.종로에서...
그가 데이트를 신청했던건가..가물가물하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뜻밖에도 곧 미국에 유학간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당시 그 이야기를 들으며 왜 내 가슴이 갑자기 철렁했을까...
그러면서도 잘 다녀오라고...
잘 지내라고...그런 인사를 가볍게 주고 받았는데...
종로를 걷다가 그 친구가 도로변의 한 레코드 가게에 들어가더니
레코드를 한장 사들고 나왔다.
사월과 오월의 "장미"...
그 레코드판을 나에게 건네주는데
나는 준비한 선물이 있을 턱이 있나...아주 미안해 하면서 받았던 기억..
그 뒤로 그 친구와의 연락은 전혀 없었다.
전화번호도 주고받지 않았으니...
그래도 한동안 그 노래를 들으며 아릿한 아픔을 느꼈었다.
실로 오랜만에 장미 노래를 들었다.
차 안에서 "장미"를 듣는데
갑자기 그 때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고...
입가엔 미소가 흘렀지만
마음은 촉촉해 지더라.
그 날 도로변엔 왜그리 장미가 많이도 피어있던지
운전하는 내내 장미가 계속 눈에 들어왔다.
그 친구도 지금은 멋진 중년의 모습으로 잘 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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