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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이야기218

조계사 연꽃 무용 수업을 마치고 무용 회원 몇 사람과 안국동으로 이동하여 간단하게 티타임을 가진 후 귀가하던 길. 정오를 지나면서 슬슬 내리기 시작했던 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세차게 내렸다. 그야말로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것 같은 그런 비였다. 우산은 상반신만 겨우 가려 주는 꼴이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도중에 이미 비에 흠뻑 젖은 생쥐꼴이 되었는데 혹시나 연꽃을 볼 수 있을까 싶은 기대감에 버스 타기를 잠시 미루고 조계사로 향했다. 마음은 처음 내려놓기가 힘든 것이니.. 암만.. 경내에 들어서니 소담스럽게 피어난 분홍빛 연꽃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와우~~ 기대감은 그렇게 환호로 바뀌고~! 넓고 푸르른 연 잎은 바다처럼 출렁였다. 연분홍 꽃은 바다를 잠 재우듯 안온한 표정..! 삭막한 도시 한가운데서, 지독한.. 2022. 8. 7.
폭우 속, 강화 나들이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던 수요일. 공교롭게도 집안 형제 모임이 있어서 강화의 단골집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폭우 속 외출에 나섰다. 집을 나서기 전부터 쏟아지던 폭우는 김포로 접어들면서 잠시 멈칫! 안개에 덮여 보이지 않는 바다를 보며 물안개가 일렁이는 초지대교를 건너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폭우는 그칠 줄 몰랐다. 음식점 2층에서 바라보이는 돔 형식의 뾰족 지붕이 포르투갈을 연상케 했다. 포르투갈 수탉이 먼 이국땅에서 처절하게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포르투갈 여행 때 들었던 수탉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다. 한 청년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하게 되자 이 청년이 "내가 결백하다면 닭이 울 것이다" 라는 말을 했는데 마을에 닭이 한마리도 없었지만 식탁 위에 놓여 있던 구운 닭이 울었다는, 믿거나 말.. 2022. 7. 15.
서울숲 피크닉 5월 12일 목요일 이야기. 작년 가을부터 서울숲에 가보자 하면서도 여건이 되지 않아 늘 미루기만 했는데 드디어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안 써도 되었기에 서울숲으로 피크닉을 가기로 했다. 시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왕십리역에서 하차 후, 수인 분당선으로 환승하니 바로 다음 역이 서울숲이다. 11시에 서울숲 역에서 친구들을 만나 점심으로 먹을 햄버거를 사기 위해 성수동 골목의 햄버거집에 갔더니 벌써부터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았다. 성수동의 수제 햄버거집 내부. 자그마한 공간의 실내에는 일찌감치 순번을 받은 손님들이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집은 11시 30분에 영업을 시작하는데 도착하자마자 가게 앞 기계로 전번을 입력해 놓고 동네 한 바퀴 돌며 구경하다가 연락을 받고서야 실.. 2022. 5. 14.
하늘공원 자동차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다음에.. 다음에.. 미루다가 급기야 만료일이 3일밖에 안 남은 걸 알게 되어 부랴부랴 인터넷 예약을 하고 다음날 검사소를 찾아갔다. 예전보다 절차가 많이 간편해진데다 예약제로 하다보니 바로 검사가 끝났는데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기가 왠지 서운해서 옆에 있는 하늘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네비에 물어보니 목적지까지 3분이라네. 공원 주차장을 찾아가다가 갓길에 세워진 차들을 보고 나도 따라 빈자리에 일단 주차하였다. 다행히 바로 앞차 차주 분이 계셔서 주차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오늘은 토요일인데요 뭘.. 그런다. 그럼 나도 이곳에..! 조금 걸어가니 반가운 구름다리가 보이고~ 홀로 나선 길인데도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이 홀가분함이라니.. 계단을 잠시 올려다보다가 맹꽁이 차를.. 2022. 4. 12.
일산 호수공원의 겨울 풍경 설 연휴에 일산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호수공원을 산책했다. 설날에 내린 눈이 소복이 덮여있는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열심히 걷고 있었다. 눈이 말끔하게 치워진 산책로로 접어드는 순간 속도감이 느껴져서 마치 컨베이어에 올라탄 것 같은 느낌..! 꽁꽁 얼어붙은 호수. 교각에 그려진 여름꽃들에게서 느껴지던 따스한 기운. 컨베이어는 계속 돌아가고.. 나는 주변을 구경하면서 노닥거리느라 자꾸 뒤쳐져만 가고.. 어느새 호수를 반 바퀴 돌았다. 눈 덮인 호수는 너무나 눈이 부셔서 오래 바라볼 수 없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걷고 있는 길. 사람들이 부지런히 돌리는 컨베이어 위에서 나도 시계의 초침처럼 제 속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속도를 맞추려 애쓰게 되더라. 안 그러면 뒤로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달.. 2022. 2. 8.
양재천 걷기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영 그칠 기색이 없어서 귀가하기로 했는데 막상 양재동에 당도하니 비 한 방울 내린 흔적 없이 거리가 뽀송뽀송했다. 이런~! 백운호수 주변만 비가 내렸다니.. 차를 가지고 나온 친구는 어쩔 수 없이 먼저 들어가고 그냥 귀가하기가 서운한 우리 세명은 양재천을 걷기로 했다. 양재천에는 늦깎이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인적 없는 틈에 마스크를 벗고 싱그러운 공기를 흡입하니 앤돌핀 뿜뿜..! 오랜만에 걸어보는 코스모스 꽃밭이었다. 양재천에는 산책로가 다양했지만 우린 개천을 따라가며 걸었다. 타워팰리스 앞을 지나고,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핑크 뮬리의 분홍빛 여운은 여전한 설렘. 우리들은 열심히 코로나를 피해 살아왔기에 지금의 여유로움은 너무도 달디단 휴식이었다. 농익은 가을을 가슴으로 감싸 안으.. 2021.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