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412

비오는 날 광화문 광장 내리던 비가 잠시 멈췄어도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처럼 검은 먹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아 후덥지근하고 꿉꿉한 날씨였는데도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둔탁한 가림막을 걷어 낸 광화문 광장은 어수선한 공사판의 모습이 되어서 미로 속을 헤매듯 급조된 인도를 걸어야 했다. 동아일보 앞에 당도할 때쯤 잠시 소강상태였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음식점에 손님들이 얼마나 많던지..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이 많아서 조금이나마 빨리 자리를 내주려고 서둘러 식사를 하고 바로 나왔다. 점심 식사 후 주변 카페로 이동. 일 년여 이상을 만나지 못했던 친구가 오랜만에 참석하여 그간에 겪었던 집안일들을 차분차분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이 불참한 것에 대해 이해를 구했다. 급작스럽게 남편이 급성 .. 2022. 6. 30.
카페 디 키미 시어머님이 별세하시기 전의 일이다. 몇 달 동안 못 보았던 친구들을 모처럼 평창동에서 만나던 날. 강촌 쌈밥집에서 볼이 터지게 쌈을 싸 먹으며 이렇게 만나 같이 밥을 먹으니까 너무 즐겁고 좋다며 다들 희희낙락. 점심 식사 후 갤러리 카페 키미로 자리를 옮겼다. 차를 마시기 전에 전시회도 잠깐 관람. 신예작가들의 번뜩이는 상상력은 고정관념에 젖어있는 나에게 큰 흥미를 안겨준다. 작가는 평안한 일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작가의 설명이 없으니 그저 내 맘대로 상상.. 2층 카페로.. 실내 좌석이 텅 비어있어서 손님이 없나 싶었는데.. 모두들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외려 실내가 호젓하여 여유롭게 자리를 잡으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지나온 3년 세월이 꿈만 같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 2022. 5. 8.
시어머니 가시던 날. 지난 일요일.(5월 1일) 현재 상태가 조금 안 좋으시니 상황을 봐서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요양병원 측의 연락을 받고 좌불안석의 마음으로 대기하고 있던 중에, 저녁 무렵이 되서야 빨리 병원으로 오란다. 헐.. 병원이 용인에 있는데..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도착하기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가까스로 어머님의 얼굴은 볼 수 있었지만 곧바로 운명하셨다. 향년 99세. 신촌 세브란스에 어머님을 모시고 2박 3일의 장례식을 치렀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장례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는데 다행히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서 어머님께 감사했다. 따뜻한 봄날에 가시라고 했더니 정말 따뜻한 봄날에 가셨다. 삼가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2. 5. 4.
두릅 선물 택배로 보낼 양은 안되어서 신문지에 꽁꽁 싸매어 보관해 놓고 우리를 만날 날을 기다리셨는 듯.. 충주 시골집에다 나무 조금 심어 놓고 텃밭 조금 일구시면서 농사 아닌 농사 같은, 농사를 지으시는 작은 형님이 내 손에 들려준 두릅과 엄나무 순이다. 이런 재미에 일산과 충주를 오가면서 나무를 가꾸고 푸성귀를 키우면서 힘든 전원생활의 즐거움으로 삼으시는데 올봄에도 충주 시골집에 두릅 따러 갔더니 이미 누가 다 따갔더라며 한숨을 쉬셨다. 요즘 세상에도 남의 것을 탐하는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지.. 커가는 작물을 보며 흐뭇해할 주인의 심정을 분명 알텐데도.. 적은 양이지만 맛이나 보라면서 한 끼 거리밖에 안된다고 되려 민망해하셨지만 난 너무도 귀한 선물인 걸 알기에 감사히 받았다. 몇 해 동안 시골집에 놀러 가지.. 2022. 4. 29.
재회 친구들과 모임이 있던 날. 덕수궁 앞에서 정차하고 있는 중에 수문장 교대식이 열리는 걸 보았다.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는 건 아니었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거리 풍경이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근데, 교대식이 더 세밀해지고 웅장해진 느낌.. 서울역 앞. 신호등이 발목을 붙든다. 한번 걸리면 계속 걸리게 되는데 시간이 여유롭지 않으니 발목을 붙드는 신호도 반갑지 않고 조바심이 났다. 국방부 앞은 분주해 보였다. 양재역에서 친구들을 만나 내 차로 이동. 모처럼 청계산 부근으로 나갔다. 내가 기억하는 첫 모습은 근방이 맨 흙땅이었고 이 느티나무 한그루만 덩그러니 있었는데 이젠 시내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 들었다. 10여 년이 넘도록 한자리에 있는 음식점을 다시 만난다는 건 반가우면서도 놀라운 일. 실내 인테.. 2022. 4. 27.
젤 네일 strip 사용기 다이소에서 파는 식물 영양제가 가격도 싸고 좋다는 말을 듣고 그걸 사려고 다이소에 갔다가 칸칸이 빼곡하게 쌓여있는 물건들을 모처럼 찬찬히 구경하게 되었는데 이것, 저것, 구경하다가 호기심에 골라온 젤 네일이라는 이 상품. 일명 스카치테이프처럼 붙이는 매니큐어였다. 젤 네일은 원색의 화려한 색깔과 특이한 문양들이 많았는데 나는 어쩌다 가끔 바르는 매니큐어와 같은 색으로 골랐다. 값은 천 원. 손톱에 맞는 크기의 젤 네일을 붙이기만 하면 네일 아트 완성~! 근데, 핀트가 안 맞은 사진이 더 맘에 드네..ㅋ 난 내 손을 물그러미 들여다 볼 때마다 울 엄마가 생각난다. 울 엄마는 내 손을 보실 때마다 손가락이 길어서 게으른 손이라고 늘 놀렸다. 그렇게 지나가며 하시던 말들이 나에겐 뼈가 되고 살이 된 듯 게으른.. 2022.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