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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며느리표 밥

by bigmama 2015. 1. 4.

 

 

 

 

 

새해를 맞이하기 며칠 전에..

아들 짐을 정리하다가..

여행에서 돌아온 아들이 당장 필요한 것들은 챙겨 갔지만

대부분 짐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기에

 

시간이 되는 날,

옷가지며 용품들을 대충 챙겨서 아들네 집에 놔두고 왔는데도

그래도 남은 짐이 많더라.

 

시간내기가 어려운 걸 알고 있으니

여유로운 내가 또 챙겨서 아들집으로 고고..

생각해보니 집을 마련한 후부터 시어머니가 수시로 드나들고 있네.

 

이날은 며느리가 일찍 퇴근하였다면서

어머니가 오신다고, 저녁을 준비한답시고

퇴근길에 봐온 장을 식탁에 수두룩하게 널려 놓고 바쁜 모습이었는데

며느리는 음식만드느라 분주한 중에도 밝게 웃으며 나를 맞는다.

 

다소 머뭇거리는 소심한? 나를 오히려 끌어당기며

소탈하게 경계하는 기색도 없으니 내가 얼마나 편한지...

그리 어려워하지도 않고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아이가

참 이쁘고 정이간다.

 

늘 주방에서 준비하던 내가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아이를 놔두고

거실에 앉아 있으려니 이것도 참 생소한 기분이 드는데

 

도와주겠대도 그냥 편히 쉬시란다..

이제는 그러셔도 된단다..

오히려 그런 쪽이 그 애를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

애가 원하는데로 그렇게 했다..(잘한건가..못한건가..)

 

저녁까지 먹고 올 생각은 안했는데

식사하고 가시라며 이렇게 동동거리며 준비를 하고 있으니

그냥 가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남편에게 이곳에서 식사를 하겠다고 전하고

아들부부와 셋이서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하였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며느리가 준비한 조촐한 밥상을 받았다.

메인 메뉴는 닭볶음탕...& 샐러드,마파두부,김치찌개,김,장조림,멸치볶음,김치...

장조림과 멸치볶음은 저번에 내가 해준 밑반찬..

 

다음에는 제대로 상을 차리고 초대하겠다면서

조촐한 식탁을 민망해하던 며느리였지만

오히려 한 식구임을 확인시켜 준 따스한 밥상이었던 것을..

 

음식만들기는 완전 쑥맥이려니 생각했는데

도마질 소리가 의외로 날렵해서 속으로 놀랐다는.

그러면서도 안도의 마음이 되는 건

시어머니라서 그랬을까...

요리도 간이 적당하고 맛있었다.

흐뭇 흐뭇~~

 

두 아이들을 나란히 앉혀놓고 식탁에 앉아 있으니...

참 ..설명하기 힘든..가슴이 뻐근하도록 벅차오르던 감정들..

남의 딸이 내 자식이 되어 앉아 있는..

인연이란 이리도 큰 경이로움...

 

아들을 주방에 세워 함께 뒷정리를 거들도록 했는데

아롱다롱 둘이 어우러져 그려내는 그림이 어찌 그리 이쁘던지..

늘 한결같은 모습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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