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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이야기207

소원지 쓰기 미세먼지가 훼방을 놓은 설 연휴였지만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는 갑갑해서 한옥마을로 나갔다. 어차피 마스크를 써야 하니 미세먼지가 무슨 대수랴.. 한옥마을에 있는 에는 설을 맞아 소원문 쓰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은 은평구 출신인 천상병, 중광, 이외수 작가의 작품과 그들이 사용했던 집기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1층에 북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형형색색의 소원지에 담백하게 쓰인 기원의 마음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마음결을 고이 가다듬으며 맑고 정갈한 마음이 된다는 걸.. 소원지 쓰기는 마음을 정화시키고 따뜻하게 가꾸는 일. 정성 어린 마음은 아름답다. 2021. 2. 16.
겨울..그 끝에서 하루라도 빨리 봄을 피우고 싶은 들판이 여력이 있는 데로 파란 하늘을 품었다. 하늘은 어찌 이리도 파란가.. 햇살을 품은 들판은 어찌 이리도 온화한 모습인가.. 이제 2월. 2월은 삼나무에 꽃바람 부는 달이라는 인디언의 달력처럼 꽃바람이 저 산등성이를 넘으면 봄이 되는 것인지.. 들판의 봄, 여름, 가을 , 겨울을 모두 지켜본 나. 아직은 겨울의 모습이지만 경험이 모든 것을 지켜보게 만드는 여유를 주는 것 같다. 모든 것은 비워낸 채 새 봄을 기다리는 들판은 푸근한 엄마 품 같았다. 지난가을을 내내 붙들고 있던 밤송이도 봄소식을 들으려고 땅으로 내려왔나 보다. 2021. 2. 9.
성에꽃 短想 거실에서 새어 나간 따스한 온기가 차가운 베란다 유리창에서 하얗게 꽃을 피웠다. 작년 겨울에는 못 보던 모습인데 한파가 지속되는 요즘에는 가시돋힌 성에꽃이 매일 핀다. 한때는, 서운한 마음에 가시를 세웠던 적도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건 한갖 욕심일 뿐이었다는. 아침 햇살이 닿으면 언제 피었냐는 듯 조용히 사라지는 성에꽃처럼, 마음을 내려 놓으니 서운할 것도, 화날 것도 없더라.. 2021. 1. 11.
눈 내리는 밤에 하얀 눈이 소나기처럼 내리던 밤. 패딩 코트를 뒤집어쓰고 밖으로 나갔다. 세상의 근심을 어루만지듯 소복소복 눈이 쌓였다. 염화칼슘을 뿌려놓은 길은 그새 속절없이 녹아들었다. 소복이 쌓인 눈이 행여나 사라질까 봐 뽀드득 소리 들으며 발도장 콩콩 찍으며 야밤의 나홀로 트위스트. 눈이 내리던 날이면 누구 발자국이 더 예쁜가 손발자국 놀이하던 학창 시절 친구들을 생각하며 손발자국도 꾸욱~! 남겨보고. 이 밤이 지나면 원망의 대상이 될지도 모를 눈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너무도 즐겁고 행복했다. 2021. 1. 8.
분홍꽃잎 재활용 국화차를 마시려다가 문득 부겐베리아가 떨군 꽃잎이 생각나 찻잔 옆에 널어놓았다. 그랬더니 한결 포근한 느낌..! 요즘엔 마음치유를 위한 컬러테라피도 있다고 하는데 핑크색은 기분을 한층 화사하게 만들어 주고 심신에 안정을 주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고 하니, 요즘처럼 코로나로 불안한 시국에 분홍꽃잎을 선사해준 부겐베리아가 더없이 고맙게 느껴졌다. 2020. 12. 9.
수확의 계절에.. 푸릇푸릇 모내기를 끝낸 모습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오랜만에 와보니 논은 황금빛으로 뒤덮여 있다. 논 주인이 쏟은 수고로움을 기쁨으로 거두어들인 길 뚫린 자리도 보이고 바람 따라 일렁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황금물결이었다. 긴긴 장마를 겪으면서도 실하게 맺힌 알곡들. 남인 내가 봐도 이렇게 흐뭇한데.. 씨 한 톨 뿌린 것 없는 나는, 정작, 이 가을에 거둬들일 것이 없어라.. 행운의 네 잎 클로버라도 찾을 수 있으려나.. 2020.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