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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이야기207

소나기와 노을 무거운 짐을 이고도 주저주저하더니 마침내 한바탕 장대비를 쏟는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잦은 소나기가 내렸다는 말은 들었어도 울 동네만큼은 뽀송뽀송하더니 갑자기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 길게 목을 빼고 세상 구경하던 나리꽃은 허리가 구부러진 채 휘청휘청.. 소나기가 그치고.. 어렵사리 무거운 짐을 부려놓은 구름은 날아갈 듯 가벼워 보였다. 하루 해가 저물면서 화사한 노을빛으로 서서히 물드는 구름. 소나기 덕분인가.. 오랜만에 아름다운 노을을 만났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노을빛에 빨려 들어 노을멍하며 머리를 비어내던 5분여의 시간. 시간의 흐름도 참 아름다운 과정이라고.. 2021. 7. 22.
봉원사 연꽃보러 갔더니,, 지난 수요일(7월 7일) 신촌에 있는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꽃을 보려고 봉원사에 들렀다. 비좁은 고무통에서 편히 지내지는 못해도 매해 꽃을 피우는 봉원사 연꽃. 커다란 잎 사이로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소담스레 핀 연꽃 한송이와 눈 맞춤하며 반가운 인사~! 얼마나 피었을지 궁금했던 연꽃을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니.. 뜻밖에도 경내 마당이 횡뎅그레하다. 어머, 이게 웬 일 이래니..! 마당 가득 늘어서 있던, 연이 심긴 고무통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삼천불전은 불사가 한창이었고,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에 있던 연들은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 틈바구니에서 곱게 피어난 꽃봉오리가 안부 인사를 건넨다. 마치 우리들은 무사하다는 듯이. 텅 빈 마당을 보면서 순간 .. 2021. 7. 10.
한옥마을 꽃밭 잡초만 무성했던 나대지였던 땅이 꽃밭으로 변신했다. 그동안 분양되지 못한 땅이었는지 그건 알 수 없지만 곱게 치장한 한옥 틈바구니에서 이빨 빠진 듯 퀭해 보이던 자리에 이쁜 꽃밭을 만든 지자체의 결정은 참 잘한 것 같다. 아직은 엉성한 모습이지만 동물 토피어리도 있고, 일렬횡대로 서있는 개량종 코스모스는 왜 그리 꼿꼿한 자세인지.. 꽃피는 시기도 빨라서 한여름이 되기도 전에 벌써 사그라들고 있으니 가을 코스모스도 이제 옛말이 되는 건 아닌지.. 얼핏 엉겅퀴 같은 분위기의 이 신참내기가 눈에 꽂힌다. 국화과에 속한다는 리아트리스. 벌레를 퇴치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니 동네 꽃밭에 심기엔 안성맞춤인 듯..! 핑크 달맞이꽃의 화사한 웃음에는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꿀풀과에 속하는 백리향은 이름에서부터 향기가 솔.. 2021. 7. 6.
화정박물관 장미 한때의 영화를 뒤로 하고 휴관 중인 화정 박물관. 그리고.. 인적이 끊겨 썰렁해진 집을 말없이 밝혀주던 장미.. 박물관 건물 1층에 자리했던 브런치 카페도 문을 닫았고 2층의 이탈리안 음식점도 문을 닫았다. 그런 모습을 위로라도 하듯 장미는 말없이 화사하게 피었더랬다. 박물관으로 가는 길. 앙다문 입을 연상케 하는 굳게 닫힌 박물관 입구에 휴관이라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장미는 예전처럼 소담스럽게 피지 못했다. 그래도 화사하게 핀 장미가 있어 빈 집에 생기를 불어넣었는데 5월의 잦은 비에 낯이 많이 상한 모습이었다. 꽃도 살펴주는 눈길이 많아야 신나게 피울 텐데 인적 끊어진 빈집을 지키고 있으니 꽃인들 무슨 신명이 났으랴.. 5월의 주인공이었던 장미는, 5월이 저물면서 흩어져 내렸다. 2021. 5. 31.
톡,톡..꽃봉오리 터지는 소리 동장군의 뒷심에 밀려 올 듯 말 듯 멈칫거리던 봄이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화들짝 꽃을 피우면서 찬란한 생동을 시작했다. 톡,...톡,... 팝콘 터지듯 그렇게.. 몇날 며칠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 속에서도 봄꽃은 소리 없이 피어났다. 처음 알알이 맺힌 매화를 만날 때만 해도 드디어 봄이 도착했구나 싶으면서도 아마 꽃샘추위가 그냥 지나가지는 않을거라며 내심 꽃샘추위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며칠 사이에 매화, 산수유,목련, 개나리에다 벚꽃까지 줄줄히.. 어느 순간 화들짝 피어 있더라니. 2021. 3. 19.
봄비 봄을 부르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리던 날. 우중충하던 잿빛 세상도 봄비로 샤워한 후 생기가 돌았다. 이 비 그치면 바야흐로 봄이련가..?! 사회와의 거리두기가 나름 익숙해지고 습관이 되니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다. 무언가를 갈망하면서도 움직이는 것이 귀찮고, 복잡한 것도 싫고.. 촉촉히 내린 비가 내 안에도 스며들어 서걱이는 가슴을 적시고 시내를 이루어 졸졸졸 흐르기를.. 그리하여 싱싱한 초록의 생명들이 피어나기를.. 우리 동네도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2021.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