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香..文響..86

봄이 오는 길목을 서성이며.. 어제 서울의 낮기온은 더이상 겨울이 아닌 것 같았다. 입춘을 넘긴 지금까지도 온 세상을 하얗게 덮으며 내리는 함박눈 한번 못만났는데 어느사이 봄이 훌쩍 가까이 다가온 것인지... 보내야 할 겨울을 생각하며 맞이해야 할 봄을 생각하며 겨울과 봄의 경계를 서성이며 생각나는 시 한편. - 마 종 기 - 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인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손으로 내가 받는다. 2020. 2. 12.
요즈음 광화문 글판 시 친구들과의 모임 약속으로 모처럼 광화문에 나가던 날. 무의식적으로 찾은 교보 글판이 하필 머리 꼭대기에 있어서 이렇게 사진이 찍혔다.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번 싯귀는 김남조님의 에 나오는 구절이다. - 김남조 -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 비통한 이별이나 빼앗긴 보배스러움 사별한 참사람도 그 존재한 사실 소멸할 수 없다 반은 으스름 반은 햇살 고른 이상한 조명 안에 옛 가족 옛 친구 모두 함께 모였으니 죽은 이와 산 이를 따로이 가르지도 않고 하느님의 책 속 하느님의 필적으로 쓰인 가지런히 정겨운 명단 그대로 따스한 잠자리, 고즈넉한 탁상 등 읽다가 접어 둔 책과 옛 시절의 달밤 막 고백하려는 사랑의 말 까지 좋은 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 세상에 솟아난 모든 진심인 건 혼령이 .. 2019. 7. 15.
꽃씨를 닮은 마침표 - 이해인 - 내가 심은 꽃씨가 처음으로 꽃을 피우던 날의 그 고운 설렘으로 며칠을 앓고 난 후 창문을 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의 그 눈부신 감동으로 비 온 뒤의 햇빛 속에 나무들이 들려주는 그 깨끗한 목소리로 별거 아닌 일로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던 친구와 오랜만에 화해한 후의 그 티 없는 웃음으로 .. .. 못 견디게 힘든 때에도 다시 기뻐하고 다시 시작하여 끝내는 꽃씨를 닮은 마침표 찍힌 한 통의 아름다운 편지로 매일을 살고 싶다 2019. 2. 6.
그냥.. 살다보니 그냥 좋은 사람이 있더이다. 다정한 말 한마디 건낸 적 없어도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내지 않았어도 날 걱정하는 말 한마디 전해듣지 못했어도... 그냥.. 그냥.. 좋은 사람이 있더이다.. 2019. 1. 16.
2019, Happy New Year~! 새해를 맞이하며.. 묵은 가슴에 새로운 바람이 되고 힘을 북돋아 주는 시 한 편. 이 시는 나에게 보내는 주문이며, 다짐이며, 희망이며, 소망..! < 진정한 여행 >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2019. 1. 1.
8월의 시 - 오세영 - 8월은 오르던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섭에 산나리 초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인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드는 가을산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2018.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