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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香..文響..86

가만히 휘어지는 가만히 휘어지는 - 강미정 - 잿빛 허공을 밀치고 등나무 넌출이 불 켜진 가로등을 가만히 감는다 죽을 고비를 아홉 번이나 넘겼다는 여자는 감사합니다 말하며 가만히 웃는다 가만히, 비 그치고 해 졌는데 엄마, 어젯밤에 너무 아팠지? 이 말 쪽으로 내 마음이 휙 휜다 오래도록 가만히 감.. 2018. 6. 30.
겨울 들판을 거닐며 - 교보 글판 오늘은 입춘..! 아무리 추웠어도, 누가 뭐래도 입춘..! 교보에 내걸린 올해 첫 시는 허형만님의 <겨울 들판을 거닐며>입니다.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 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 .. (중략..) .. ..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2018. 2. 5.
休- 마음의 산책 간밤에 내린 눈이 청량하게 느껴지는 날. 야윈 나무들을 마구 흔들며 호기롭게 돌아다니는 동장군 무리들을 잠시 구경하다가.. 책 한권 꺼내들고.. 다람쥐똥 커피를 내리고.. 향기로운 헤즐넛향에 코와 입이 즐거운 다람쥐똥 커피. 책을 펼치고 피천득님의 <수필>이라는 글을 제일 먼.. 2018. 1. 23.
새해맞이 시 한편 ♧ 생의 계단 - 헤르만 헤세 - 만발한 꽃은 시들고 청춘은 늙음에 굴복하듯이 인생의 각 계단도, 지혜도, 덕도 모두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용감하게, 그러나 슬퍼하지 말고 새로운 단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만 한다. 생의 단계의 시초에는 우리를 지켜주고 살아가게 하는 마력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이어지는 생의 공간을 명랑하게 지나가야 하리니. 우리가 어떤 생활권에 뿌리를 내리고 마음편히 살게 되면 무기력해지기 쉽나니, 새로운 출발과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자만이 우리를 게으르게 하는 습관에서 벗어나게 하리라. 2018. 1. 2.
광화문 글판-가을편 12월을 하루 앞두고.. 가을 속에서 황홀하게 불사르던 단풍이 낙엽되어 사그라졌듯, 내일이면 낙엽이 될 광화문 글판 가을편입니다.. < 별 > - 신경림 -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 2017. 11. 29.
얼룩지고 나니... 얼룩지고 나니.. - 최 정 재 - 얼룩지고 나니 비로소 느낀다. 일생을 순수함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소중한 것이었는지.. 얼룩지고 나니 비로소 부끄럽다. 이제 비로소, 윤동주의 풀잎과 밤하늘이 얼마나 맑았는지 느낀다. 얼룩지고 난 후 이미 늦은 뒤에 가슴 찢으며 거울을 보니 .. 2017.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