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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香..文響..86

마음은 때로 백조가 되어- 이기철 초록 위를 뛰어다니는 햇살에게 오늘은 반짝인다는 말보다 더 밝은 말로 아침 인사를 건네고 싶다. 짐 다 내려놓고 내가 햇살이 되는 날 나는 햇살만큼 밝은 말 하날 초록의 목에 걸어주고 싶다. 구월 푸른 숲 속으로 희고 깨끗한 새 한 마리 날아갈 때 한 사람의 푸른 마음 속으로 사람들은 백조가 되어 날아간다. 이 세상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이름 사람의 이름보다 향기로운 것은 없다. 꽃의 일생이 소낙비와 햇빛의 생애일 때 흙이 실핏줄 터뜨려 붉은 꽃 피우듯 사람은 사람의 이름으로 마음을 꽃 피운다. 꽃의 언어로 불러주면 금세 음악이 되는 이름들 그런 사람의 영혼이 익어 향기로운 열매가 된다 부르면 부를 수록 사람의 이름은 갓 따온 과일처럼 신선하다.... 볕이 좋아서 그런가.. 혼자 있으려니 오늘은 유독 무.. 2015. 10. 17.
노을 - 최윤경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곱게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동그마니 다듬어진 시간의 조약돌 뜨겁게 굴려보는 일 모지라진 꿈들 잉걸로 엮어 꽃씨 불씨 타오르도록 나를 온통 피우는 일 2015. 10. 2.
가을노래-이해인 가을노래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을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 2015. 9. 24.
나뭇잎을 닦다 - 정호승 요며칠과 다르게 오늘은 날이 후덥지근하더니 소나기가 내렸다. 천둥소리에 놀랐는지, 빗소리를 듣는지 휴일 오후의 세상은 조용하고... 글찮아도 텃밭의 고추가 시들시들했는데 마침 잘되었다..!! 고마워요 소나기님~ 저 소나기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앉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이 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푸른 하늘이 되는 일이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다면 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2015. 8. 30.
요즘의 광화문 글판 숲 / 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나무들처럼 숲이 되지 못하는 까닭은.. .. 2015. 8. 21.
마포구청역에 걸린 시 몇편 2015.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