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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산행 이야기301

흥국사 둘레길 사람 곁에서 사는 나무는 꽃도 일찍 핀다. 산수유가 한창 꽃망울을 터트리던 지난 주말. 지난번에 흥국사에 갔다가 흥국사 둘레길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서 이번에는 둘레길을 걷기 위해 흥국사를 또 찾아갔다. 새로운 길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며.. 흥국사 입구에서 길 방향표를 보고 둘레길로 접어 드니 계절이 완전 거꾸로 되돌아간 느낌..! 등산로를 덮고 있는 수북수북 쌓여있는 갈색 낙엽에서는 온기 한점 느껴지지 않았다. 봄 찾아 나선 걸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은 하늘 아래서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초록빛 한 톨 보이지 않는 산자락을 훑어보며 탄식을 호흡 삼아 나무 계단을 오르는데 바스러지는 낙엽의 나직한 음성이 들린다.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간다.. 분별하고 싶.. 2022. 4. 2.
흥국사 늘 그랬듯이 한옥마을에 주차를 하고 둘레길을 따라서 그냥 걷다가, 북한산 대로 건너편에 서있는 흥국사 안내석을 보고 오랜만에 흥국사에 가보기로 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창릉천에도 봄기운 가득~! 북한산 대로를 건너면 바로 사곡마을. 마을회관이라는 이름이 서울을 벗어났음을 느끼게 했다. 예전에는 이 주변이 아주 소박한 농촌지역의 모습이었는데 그새 많이도 변해서 산뜻한 주택단지가 조성되어 있더라니.. 새롭게 조성된 주택단지를 지나오니 낯익은 옛 도로가 보였다. 예전에는 왼쪽 길로 들어왔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막힌 길이 되었다. 흥국사로 올라가는 길도 넓고 곧게 새로 닦이고, 간간이 보이는 전원 풍경은 봄맞이 채비가 한창인 모습이었다. 몇 년 만에 와보는 흥국사는 새로운 모습이었다. 일주문은 여전히 변함없는.. 2022. 3. 26.
미완의 솔내음 누리길 산책 지난 토요일 오후. 북한산성 계곡이나 슬슬 둘러보려고 나갔는데 팔랑팔랑 흩날리던 눈이 갑자기 마구 쏟아진다. 마음은 이미 봄을 향해 있어서였을까? 마냥 꽃비 같았던 느낌..! 산성입구는 무슨 사고가 있었는지 구조대 차가 여러 대 윙윙거리고 있었는데 주변 상인에게 들으니 염초봉에서 추락사고가 있었다네.. 에구.. 산에서는 늘 겸손해야 하고 행여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걸.. 사고 소식을 듣고 나니 입산할 마음이 사그라져서 둘레길이나 걷기로 하고 내시 묘역 길로 총총.. 한바탕 내릴 것 같던 눈은 금세 그쳤다. 길 가의 마른풀 사이로 하얀 별같은 들꽃이 반짝거렸다. 둘레길은 대로로 향하고.. 우리는 목적지도 없이 마음 가는 데로 걷기로 했다. 걷는 동안 효자동에 얽힌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아하~! 이래서 .. 2022. 2. 22.
서오릉 설경 오랜만에 펑펑 눈이 내렸다.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송이를 창밖으로 내다보다가 북한산 산행이 가능한지 안내소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더니 역시나 입산금지란다. 오후 들어 눈이 조금 잦아들기에 산책하기 좋은 서오릉으로 go~! 조금씩 흩날리던 눈발은 완전히 그쳤다. 꿩 대신 닭이라고, 북한산 대신 서오릉으로 왔는데 하얀 설원으로 변한 모습을 보니 오히려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 임금님~! 눈이 와서 좋으신가요? 저는 참 좋네요. 비둘기도 좋다고 산책로를 종종거리고, 모처럼 흠뻑 내려준 눈을 즐기려는 듯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목화꽃 닮은 설화도 이쁘고~ 제설차가 남긴 발자국이 기찻길을 똑 닮았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걷는 길. 시몬 너도 좋으냐? 눈 밟는 소리가.... 2022. 1. 23.
눈 찾아 나선 북한산 그동안 몇 차례 눈이 내렸어도 소리 없이 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지곤 했기에,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던 날 북한산성으로 눈 찾아 나섰다. 그럼요.. 그럼요.. 양지바른 곳은 눈 내린 흔적도 없이 말끔한 모습이었지만 발밑에서 느껴지는 눈의 감촉은 오감을 자극했다. 뽀드득.. 뽀드득.. 눈과의 밀어를 즐기며 걷는 길. 계곡은 얼어붙었어도 얼음 밑으로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에 귀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 또랑또랑한 물소리는 마치 생명의 소리 같았다. 산을 오를수록 겹겹이 입고 간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한 겹 걷어내니 날아갈 듯 가볍다. 오롯이 남겨진 갈색 추억들이 텅 빈 산을 점점이 메꾸고.. 눈과의 행복한 밀어는 계속 ing~. 가슴 밑바닥까지 닿은 깊은 호흡은 또 다른 희열이 되고, 느닷없이 맞닥뜨린 .. 2022. 1. 13.
이쁜 가을 산책 지금은 가을 중 가장 이쁜 때!! 한옥마을부터 북한산 둘레길 따라 걷기. 늦은 오후의 가을볕이 마법을 부리는 시간이었다.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버린 고엽도 가을 햇살을 받으면 신데렐라가 된다. 하늘 향해 쭉쭉 뻗은 은행나무잎에도 노랗게 가을물이 들었다. 은행나무가 이렇게 늘씬할 수가~~ 마법에 걸린 신데렐라 나무들.. 초월 스님의 태극기가 휘날리는 데크길을 걷고, 숲속의 라이브 카페에서 흘러 나오는 올드 팝송을 들으며 가을의 심연 속으로.. 북한산 봉우리의 멋진 모습이 바라 보이는 의상봉길. 지가 무슨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나 된 것처럼.. 개울가 옹벽 위에서 터덜터덜 걷고 있는 길냥이를 보았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는 고양이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자고 .. 2021.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