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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이야기207

가을 이별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에 흩어진 이름이여.. 무수했던 날들만큼 수북히 쌓인 추억들.. 애잔하긴 하지만, 애틋하긴 하지만 더 이상 오고감에 연연하지 않으려 하니, 이것도 나이들어감의 증거이련가.. 철이 들어가는 증거이련가.. 2019. 11. 13.
가을 서정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잎이 우수수 떨어지던 가을날. 파란 하늘이 가득 담긴 종이 커피잔 안으로 앙상하게 야윈 나무줄기가 따스한 온기를 찾아 내려 앉았다. 그리고, 팔랑팔랑 커피잔 옆에 따라 앉은 단풍잎 하나. 나는 후루룩 후루룩 하늘을 마시고.. 참 이상도 하지.. 왠지 커피가 더 향.. 2019. 10. 31.
모닥불 피워 놓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서 위로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슬픔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에게서 슬픔을 나누는 사람은 행복하다. 더 주고 싶어도 끝내 더 줄 것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도 젊은 날을 헤매인 사람은 행복하다. 송수권 - 젊은 날의 초상 中 - 2019. 10. 11.
가을 들녘에서 링링이 휩쓸고 지나간 뒤 쓰러진 벼를 세우며 애태웠을 손길이었을텐데.. 연거푸 들이닥치는 태풍에 그만 손을 놓아버렸나 보다. 흐트러진 벼를 세워 묶은 모습이 이쁘게 땋다만 갈래머리 같았다. 휜허리가 힘겨워도 알곡은 익어간다. 가을을 반기는 고마리의 합창. 어쩌다 마주친 불행.. 2019. 10. 5.
가을의 길목에서 별 헤던 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 장맛비에다, 태풍 링링이 오고 있다는 소식에 긴장감이 감도는 요즈음. 며칠 전에 보았던 밤하늘의 풍경이 눈에 선하고 그립다. 모내기를 끝낸 모습을 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벼 포기마다 알곡이 주렁주렁 영글었다. 논은 이렇게..한해의 수고로움을 다 바쳐 비.. 2019. 9. 5.
백일홍 인적이 드문 거리 한켠에 소담스레 핀 백일홍이 유난히 애잔해 보였다. 고향인 멕시코를 두고 멀리 이국땅으로 건너 와, 이제는 자그마한 나라 전역에서 온갖 사랑을 받게 된 백일홍은 100일 동안 정열적으로 꽃이 핀다고 하여 <백일홍>이라는 아리따운 새 이름을 얻은 귀화식물이다. .. 2019.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