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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산행 이야기301

첫눈 산행 간밤에 눈에 내릴 거라는 예보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눈뜨자마자 커튼을 열어 젖히고 창밖을 내다보니 정말 하얀 눈이 소복히 쌓였다. 와우~이뻐라.. 저번에 소리 소문도 없이 첫눈이 내렸다는데 내가 못보았으니 오늘 내린 눈이 나에겐 첫눈이다. 눈이 왔으니 산에 가야지~~ 북한산에 가느라 도로를 달리는데 하얗게 쌓여있을 줄 알았던 눈이 온데간데없다. 분명 우리집 앞 나무에 눈이 쌓여있는 걸 보고 나왔는데 언제 이렇게 다 녹았다니 싶었지만 그래도 설마 산에는 있겠거니 했는데, 막상 산성입구에 당도하니 눈도 없었지만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북한동까지만 갈 수 있다네. 둘레길이나 걷자 했더니 거기도 막아놓고, 계곡 구경이나 할까 했는데 그 길도 막아 놓았으니.. 눈사람으로 환생한 첫눈. 그냥 돌아갈 수 없으.. 2020. 12. 14.
시몬과 함께 서오릉 산책 낙엽 밟으며 걷고 싶어서 찾아간 서오릉. 은발의 할머니 한분이 우리 앞에서 걸으셨는데 하얀 머리칼이 햇빛을 받을 때마다 퇴색된 가을색 속에서 투명하게 빛났다. 그림자가 점점 드러눕는 시각. 키재기 하는 그림자들을 즈려 밟으며 걷던 길. 가는 가을이 서러운 듯 석양빛을 받은 단풍은 더욱 붉은 빛을 뿜어내고.. 나는 초연한 마음으로 화려한 가을빛의 마지막 향연을 느긋하게 즐긴다. 당신은 오늘 하루도 찬란하군요.. 얼마 안가 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하얗게 드러난 말끔한 길. 부지런한 관리인 아저씨가 이미 한 바퀴 돌며 수고하신 듯.. 지팡이를 짚은 어린 김삿갓이 낙엽 쌓인 길을 걷는다. 시몬! 나뭇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며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2020. 11. 15.
소귀골 산책 소귀골은 우이동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우이동의 북한산 기슭에 있는 음식점에서 삼십년지기인 지인들을 만나 점심을 먹고 우이령으로 오르는 길을 잠시 산책하였다. 이곳은 느즈막히 단풍이 드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아직까지 고운 빛을 잃지 않아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아직도 불타고 있는 가을. 가을의 마지막 모습이 이렇게나 이쁘더랍니다. 붉은 물이 가슴을 흠뻑 적시던.. 내 몸통도 온통 알록달록 물들 것만 같은.. 덩달아 세로토닌도 뿜 뿜..!! 행복해지는 법. 주변을 돌아보고 오감을 열어라. 생각을 줄여야 몸이 행복하다. 생각을 없애려면 현재에 집중하라. 단풍나무는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던가..! 고운 단풍이 우거진 아름다운 길을 걸으니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해졌다. 이제 가을과 이별이다.. 2020. 11. 13.
안산 자락길 안산은 아카시 나무가 대부분이어서 단풍이 그리 기대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마큼 노랗게 물든었는지가 궁금하긴 했는데 초입부터 맞이한 싱그런 녹색 일색에는 조금 맥이 풀리기도 했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북한산 & 인왕산... 푸르른 나뭇잎 사이로 파란 하늘.. 숲속 쉼터에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락길 전망대에서 잠시 뷰 감상. 서양에서 건너온 위해식물이라는데..(이름은 듣고도 잊었다) 어느새 안산 구석구석을 모두 점령했다. 옴마야~~ 너 아직도 있었구나..? 꽃무릇 철이 훌쩍 지나서 흔적도 없을 줄 알았는데 저 홀로 외로이 피어있다. 전혀 기대도 안했다가 맞닥뜨린 만남이 어찌나 기분좋던지.. 보랏빛 맥문동꽃도 다 사그라져서 까만 열매를 매단 지.. 2020. 10. 17.
홍제천 걷기 모처럼 편안한 데크길이 놓여진 안산을 걷기로 했다. 안산을 가려면 홍제천을 통해야 하기에 버스를 타고 그랜드 힐튼호텔 앞에서 하차 후, 호텔 건너편에 있는 홍제천 진입로로 접어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풍경이 이렇다. 육중한 잿빛 콘크리트 기둥이 떠받들고 있는 내부순환로 아래 홍제천. 홍제천에 꽃향기를 불어넣듯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둔탁한 회색빛 콘크리트 교각에 걸어놓은 서양화를 보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곳. 졸졸졸..물소리는 홍제천이 숨쉬는 소리. 명화 앞에 서서 시선을 고정시키면 어느새 근사한 야외 갤러리로 탈바꿈된다. 다음 교각에 걸린 그림은 무얼까.. 아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똘망한 눈망울은 이곳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았다. 수크렁의 한들거림 속에 가을은 익어가고.... 2020. 10. 14.
가을맞이 산행-대성문 오랜만에 뒷산에 오르는 길. 추석을 쇠면서 쌓인 피로감을 핑계로 널럴히 지내려니 심신이 더 늘어지는 것 같아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피곤함이 느껴질 때 산행은 좋은 처방법이라는 걸. 북한산의 가을은 얼마만큼 익었을까.. 기대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오르는 길. 참 이쁘기도 하지.. 초록잎을 피우며 희망을 노래하던 숲은 어느덧 노랗게 물들며 가을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금 이만큼 익어가는 중이라고.. 노란 고들빼기꽃이 반겨주는 숲길을 걷고 구철초가 소담스레 피어 있는 길을 걸으며 가을 내음도 맡고.. 명절 피로가 덜 풀린 데다 오랜만의 산행이라서 날고 싶은 마음과 달리 다리가 어찌나 무겁게 느껴지던지.. 긴급 처방으로 사탕 한 알 입에 물었다. 사탕 덕분인가.. 어느새 걸음이 가벼워져서 더 오르고 싶어 졌.. 2020.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