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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또 내렸다.. 어제 오후에 펑펑 내렸던 눈 덕분에 새하얀 아침을 맞았다. 하얀 눈 속에 잠긴 세상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집 밖으로 나가보니 지난밤에 일가를 이룬 듯, 앞동 화단 앞에 아기 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눈을 떠서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해주면 더 좋았을 걸.. 아기 오리를 인도하는 꼬마 눈사람도 있고, 아름다운 동심을 살피며 미소가 지어졌다. 정성이란 이렇듯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나저나 오늘은 날이 푸근해서 오리가 금새 날아가 버릴텐데 그 정성이 아까워 어쩌나.. 2021. 1. 13.
성에꽃 短想 거실에서 새어 나간 따스한 온기가 차가운 베란다 유리창에서 하얗게 꽃을 피웠다. 작년 겨울에는 못 보던 모습인데 한파가 지속되는 요즘에는 가시돋힌 성에꽃이 매일 핀다. 한때는, 서운한 마음에 가시를 세웠던 적도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건 한갖 욕심일 뿐이었다는. 아침 햇살이 닿으면 언제 피었냐는 듯 조용히 사라지는 성에꽃처럼, 마음을 내려 놓으니 서운할 것도, 화날 것도 없더라.. 2021. 1. 11.
북악 팔각정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니 하얀 옷자락을 걸치고 있을 줄 알았던 나무들이 완전 맨몸으로 덜덜 떨고 있다. 그 많은 눈은 다 어디로 간 게야.. 놀이터에 나가봤더니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듯 발자국 하나 남겨있지 않고 찬 바람만 휭.. 놀이터 한 바퀴 돌며 온기 나누기.. 그나마 내 발자국이라도 남겨 놓으니 덜 외로워 보였다. 오후에는 북악 산책로를 걸었다. 동장군의 위세가 등등했지만 곰처럼 완전무장하고 나왔더니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간밤에 통행금지였던 스카이웨이는 눈가루 한 톨 없이 말끔. 그나마 산책로에 눈이 남아 있어서 다행.. 눈은 쌀가루처럼 포슬포슬해서 미끄럽지 않았다. 오랜만에 마주한 북한산. 장승 부부의 해맑은 웃음이 오늘따라 더 정겨웠다. 오랜만에 이곳에서 사진도 한 장 찍고~! 인적 없는 팔각.. 2021. 1. 9.
눈 내리는 밤에 하얀 눈이 소나기처럼 내리던 밤. 패딩 코트를 뒤집어쓰고 밖으로 나갔다. 세상의 근심을 어루만지듯 소복소복 눈이 쌓였다. 염화칼슘을 뿌려놓은 길은 그새 속절없이 녹아들었다. 소복이 쌓인 눈이 행여나 사라질까 봐 뽀드득 소리 들으며 발도장 콩콩 찍으며 야밤의 나홀로 트위스트. 눈이 내리던 날이면 누구 발자국이 더 예쁜가 손발자국 놀이하던 학창 시절 친구들을 생각하며 손발자국도 꾸욱~! 남겨보고. 이 밤이 지나면 원망의 대상이 될지도 모를 눈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너무도 즐겁고 행복했다. 2021. 1. 8.
봄 향기 마트에 갔는데 냉이가 있어서 냉큼 한 봉지 집어 들었다. 냉이를 다듬는데 풋풋한 흙내음이 어찌나 좋던지.. 저녁 메뉴는 생각지도 안 했던 냉이 된장찌개로 결정. 다듬은 냉이는 대충 썰고~ 두부도 송송.. 멸치 육수에 호박, 양파, 버섯을 넣어 한소끔 끓인 후 된장 풀어 넣고, 두부와 냉이,파를 마저 넣고 보글보글 끓이면 냉이 된장찌개 완성~! 찌개 한 숟가락 입에 넣으니 입안에 봄 향기가 가득하다. 아직도 봄은 천리 밖 멀리 있는데 냉이는 나의 감각을 일깨워 봄을 기억나게 한다. 봄 봄 봄 봄 봄이로군요.. 2021. 1. 6.
이말산 탐방 북한산 둘레길이나 가볍게 걷자고 한옥마을에 주차를 하긴 했는데 걷기도 전에 지루한 생각이 들어서 한옥마을을 슬렁슬렁 거닐다가 인덕원 부근에서 산등성이로 오르는 작은 오솔길을 발견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어디로 갈까..?? 급 호기심 발동..! 참나무 잎이 수북이 쌓인 길.. 북한산과 달리 돌맹이 하나 보이지 않는 푹신한 육산이었다. 갑자기 말끔하게 정리된 평평한 공원이 나오는데 아하.. 이곳이 대로에 걸쳐있는 굴다리 위에 조성된 공원이구나.. 생각하니 길의 흐름이 어느 정도 짐작되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이 짓이겨져 있는 걸 보니 사람들 왕래가 잦은 것 같았다. 여긴 아마도 산아래 아파트 쉼터..? 산길 주변에는 간이 의자도 마련되어 있었고, 빗소리를 상상하며 시도 한 편 감상. 내려가는 길을 확인한 후 .. 2021.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