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181 원흥 화훼단지 가던 날. 남편이 서오릉이나 걷자는데 이 날따라 걷기가 싫었다. 그래서 서오릉에 남편을 내려주고 한바퀴 열심히 걸으라고 하고 나는 근처에 있는 원흥 화훼단지에 가서 놀다 오기로 했다. 서오릉도 자주 걸으니 재미가 없더라구요..ㅎ 서오릉에서 대략 10여분 달렸으려나.. 유튜버의 소개로 알게 된 원흥 화훼단지는 생각보다 자그마한 규모였다. 입구에 널린 수많은 박스들.. 박스 안에는 올망졸망 귀여운 다육이들이 가득가득.. 다홍빛으로 곱게 물든 딥 레드를 보자마자 눈이 꽃혀서.. 이따 나랑 같이 가자.. 일단 찜~! 실내로 들어가니 눈이 환호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다행히 이름표가 붙어 있어서 눈 맞춤하며 얼굴과 이름 익히기가 수월했다. 다육이도 해마다 신품종이 나와서 새로운 다육이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로미오와.. 2022. 3. 30. 흥국사 늘 그랬듯이 한옥마을에 주차를 하고 둘레길을 따라서 그냥 걷다가, 북한산 대로 건너편에 서있는 흥국사 안내석을 보고 오랜만에 흥국사에 가보기로 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창릉천에도 봄기운 가득~! 북한산 대로를 건너면 바로 사곡마을. 마을회관이라는 이름이 서울을 벗어났음을 느끼게 했다. 예전에는 이 주변이 아주 소박한 농촌지역의 모습이었는데 그새 많이도 변해서 산뜻한 주택단지가 조성되어 있더라니.. 새롭게 조성된 주택단지를 지나오니 낯익은 옛 도로가 보였다. 예전에는 왼쪽 길로 들어왔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막힌 길이 되었다. 흥국사로 올라가는 길도 넓고 곧게 새로 닦이고, 간간이 보이는 전원 풍경은 봄맞이 채비가 한창인 모습이었다. 몇 년 만에 와보는 흥국사는 새로운 모습이었다. 일주문은 여전히 변함없는.. 2022. 3. 26. 봄맞이 화원 나들이 무차별적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주변 지인과 친구들이 하나 둘, 확진자가 되고 있는 즈음이다 보니 어디 맘 놓을 곳도 없고.. 봄이 느껴지는데도 아직은 잡히지 않는 삭막한 풍경 일색이기에 요즘엔 꽃구경하러 화훼단지를 찾아가는 일이 잦아졌다. 꽃구경도 할 겸 드라이브 삼아 달리다 보면 기분도 업되고 즐거우니까.. 화원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싱그런 봄빛..!! 촉촉한 공기 사이로 아련히 피어오르는 꽃내음..! 강렬한 붉은 꽃들은 맹숭맹숭했던 시선을 자극하고, 화원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발걸음은 춤을 추듯 가벼워진다. 신비로운 색상의 신상 부겐베리아 꽃에 눈빛이 반짝이고, 포기마다 뿜어내는 긴기아난의 황홀한 향기에 행복해진 코가 황홀경에 빠진다. 우리 다육이들 거처에 당도하면 급 멈춰지는 발걸음. 비록 오.. 2022. 3. 18. 옹기집 다육농원 다육이 분갈이를 하다가 마땅히 어울리는 분이 없어서 북한산성 쪽으로 가는 길에 보았던 다육 농원을 찾아갔는데 넓은 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옹기그릇이 눈길을 끌었다. 깎아놓은 밤톨처럼 반들반들한 옹기가 어찌나 이쁘던지.. 이쁜 옹기때문에 귀퉁이로 밀려나 있는 다육이 화분들은 꼭 객 식구 같아 보였다. 아쉬운 데로 몇 개 골라두고, 혹여나 이쁜 다육이 화분이 있을까 기대하며 실내로 들어갔더니 의외로 온갖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예전 같으면 욕심을 내었겠지만.. 그냥 눈 호강하는 것으로 만족. 다육이를 구경하려고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는데 농원이라고 하기엔 소박한 온실이었다. 이곳에선 이쁜 다육이도 옹기그릇에 밀린 느낌. 이 집은 바위솔 종류가 유독 많았는데 볼 수록 개성 있고 이뻤다. 넓은 마당이 있으면 한.. 2022. 3. 12. 서울시청 광장에서.. 공정과 상식이 바로 서는 나라를 기대하며.. 2022. 3. 9. 다육이의 봄맞이 봄을 알리듯, 요즘 다육이들이 너도나도 꽃대를 마구 올리고 있는데 이제나 저제나 꽃이 피기를 기다리던 금황성이 드디어 꽃을 피웠다. 요염하면서도 깜찍한 이쁜 꽃. 야호~! 다육이는 꽃이 피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금황성이 꽃망울을 터트리기까지 근 한 달이 걸린 것 같다. 힘들게 꽃을 피운 만큼 시드는 속도도 느린 건 그나마 축복이라고 해야 할까.. 라디칸스도 메밀꽃을 닮은 하얀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이름 모르는 다육이도 황금종을 닮은 꽃이 대롱대롱 열렸다. 환희의 눈물을 머금은 후레뉴는 눈물겨운 봄맞이. 꽃대가 겨우 두개만 올라온 긴기아난의 황홀한 향기는 덤같은 축복. 긴 겨울 동안 근근이 목만 축여주다 보니 두툼하던 잎장이 쪼그라든 모습이어서 분갈이를 하기 전에 비쩍 마른 아이들은 저면관수를 해주고 있.. 2022. 3. 1. 미완의 솔내음 누리길 산책 지난 토요일 오후. 북한산성 계곡이나 슬슬 둘러보려고 나갔는데 팔랑팔랑 흩날리던 눈이 갑자기 마구 쏟아진다. 마음은 이미 봄을 향해 있어서였을까? 마냥 꽃비 같았던 느낌..! 산성입구는 무슨 사고가 있었는지 구조대 차가 여러 대 윙윙거리고 있었는데 주변 상인에게 들으니 염초봉에서 추락사고가 있었다네.. 에구.. 산에서는 늘 겸손해야 하고 행여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걸.. 사고 소식을 듣고 나니 입산할 마음이 사그라져서 둘레길이나 걷기로 하고 내시 묘역 길로 총총.. 한바탕 내릴 것 같던 눈은 금세 그쳤다. 길 가의 마른풀 사이로 하얀 별같은 들꽃이 반짝거렸다. 둘레길은 대로로 향하고.. 우리는 목적지도 없이 마음 가는 데로 걷기로 했다. 걷는 동안 효자동에 얽힌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아하~! 이래서 .. 2022. 2. 22. 광화문 역에서 볼일이 있어 외출했다가 지하철 5호선을 타고 돌아오는 길. 승객을 태우고 지하철이 떠나자 광화문역은 잠시 호젓한 공간이 되고, 나는 이 호젓함을 잠시나마 누리고 싶어서 스크린 도어에 쓰인 시를 몇 편 읽으며 빈 역사를 잠시 서성였다. 광화문 역에 설치된 장식장에는 조그마한 돌들이 담겨있는 유리병들이 전시되어 있다. 광화문역 공사 중에 출토된 것들인가.. 곰곰.. 지상으로 나가는 길. 계단 한 칸 오를 때마다 수명이 8초가 늘어난다네. 덕분에 이곳에서 도합 296초의 수명을 벌었다. 야호~! 교보 글판은 2021년의 겨울 편으로 겸손은 머리의 각도가 아니라 마음의 각도다.라는 이동규 교수의 두줄 칼럼 글이 올려져 있었다. 3월이 되면 2022년의 봄 편으로 어떤 글이 올라올지 기대가 된다. 칸딘스키와 말레.. 2022. 2. 15. 친구 만나던 날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강남에 가던 길. 적색 신호등에 걸려 대기하는 중에 코로나 희생자들의 국민 합동 분향소를 보게 되었다. 크나큰 코로나 시련의 파도를 함께 넘던 분들이라 생각하니 절로 마음이 숙연해졌다. 친구들을 만나 점심을 먹고 주변 커피점으로 이동. 두 달 동안 만나지 못하고 지내다가 새해 들어 처음 만나니 더 반가웠다. 장소가 장소인만큼 맘 편하게 자잘한 이야기는 나누지 못해도 눈빛을 보며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는 느낌..! 창밖으로 내다 보이는 침묵 속에서 영위되는 일상의 모습들이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귀가하는 길. 잠수교를 지나가다가 스톱~! 곧게 뻗은 도로를 보니 기도가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마침 비어있는 주차공간을 발견하고 웬 횡재냐 싶어 무조건 .. 2022. 2. 13. 일산 호수공원의 겨울 풍경 설 연휴에 일산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호수공원을 산책했다. 설날에 내린 눈이 소복이 덮여있는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열심히 걷고 있었다. 눈이 말끔하게 치워진 산책로로 접어드는 순간 속도감이 느껴져서 마치 컨베이어에 올라탄 것 같은 느낌..! 꽁꽁 얼어붙은 호수. 교각에 그려진 여름꽃들에게서 느껴지던 따스한 기운. 컨베이어는 계속 돌아가고.. 나는 주변을 구경하면서 노닥거리느라 자꾸 뒤쳐져만 가고.. 어느새 호수를 반 바퀴 돌았다. 눈 덮인 호수는 너무나 눈이 부셔서 오래 바라볼 수 없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걷고 있는 길. 사람들이 부지런히 돌리는 컨베이어 위에서 나도 시계의 초침처럼 제 속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속도를 맞추려 애쓰게 되더라. 안 그러면 뒤로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달.. 2022. 2. 8. 다육이 겨울나기 모처럼 공기도 맑고 포근했던 날,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다육이에게 신선한 바람을 쏘여 주면서 오랜만에 핸폰 촬영을 했다. 다육이는 충분한 햇빛과 추위를 견딘 만큼 이뻐진다더니 울긋불긋한 색감이 단풍도 저리가라 할 모습이다. 너무 이뻐~~ 근 5년여동안 잎만 무성한 채 꽃을 피워내지 못했던 금황성이 언제 꽃망울을 맺었다. 십여년 넘게 키운 어르신이라서 그저 노쇠한 까닭이려니 했는데 어찌나 고맙고 반갑던지.. 귀여운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배시시 웃으며 입을 벌릴 것만 같다. 이 아이들 역시 고맙게도 기나긴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고 있다. 그동안의 월동 경험으로 냉기가 스며드는 창가 가까이에 있는 다육이에게만 뽁뽁이 이불을 덮어주었는데 어느 한 녀석도 동사하지 않고 잘 견뎠다. 올 겨울에는 거실의 이중창도 바.. 2022. 1. 27. 서오릉 설경 오랜만에 펑펑 눈이 내렸다.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송이를 창밖으로 내다보다가 북한산 산행이 가능한지 안내소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더니 역시나 입산금지란다. 오후 들어 눈이 조금 잦아들기에 산책하기 좋은 서오릉으로 go~! 조금씩 흩날리던 눈발은 완전히 그쳤다. 꿩 대신 닭이라고, 북한산 대신 서오릉으로 왔는데 하얀 설원으로 변한 모습을 보니 오히려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 임금님~! 눈이 와서 좋으신가요? 저는 참 좋네요. 비둘기도 좋다고 산책로를 종종거리고, 모처럼 흠뻑 내려준 눈을 즐기려는 듯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목화꽃 닮은 설화도 이쁘고~ 제설차가 남긴 발자국이 기찻길을 똑 닮았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걷는 길. 시몬 너도 좋으냐? 눈 밟는 소리가.... 2022. 1. 23. 눈 찾아 나선 북한산 그동안 몇 차례 눈이 내렸어도 소리 없이 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지곤 했기에,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던 날 북한산성으로 눈 찾아 나섰다. 그럼요.. 그럼요.. 양지바른 곳은 눈 내린 흔적도 없이 말끔한 모습이었지만 발밑에서 느껴지는 눈의 감촉은 오감을 자극했다. 뽀드득.. 뽀드득.. 눈과의 밀어를 즐기며 걷는 길. 계곡은 얼어붙었어도 얼음 밑으로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에 귀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 또랑또랑한 물소리는 마치 생명의 소리 같았다. 산을 오를수록 겹겹이 입고 간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져 한 겹 걷어내니 날아갈 듯 가볍다. 오롯이 남겨진 갈색 추억들이 텅 빈 산을 점점이 메꾸고.. 눈과의 행복한 밀어는 계속 ing~. 가슴 밑바닥까지 닿은 깊은 호흡은 또 다른 희열이 되고, 느닷없이 맞닥뜨린 .. 2022. 1. 13. 生死..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신 시어머님이 위험하시다는 전갈을 받고 형제들과 함께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 코로나 때문에 방문도 절대금지였던 병원이었는데 이럴 때에야 방문이 허용되다니.. 병원에서 내어 준 일회용 방역 비닐옷을 입고.. 투명한 플라스틱 가리개로 얼굴을 가리고.. 신발을 감싸는 덧신도 신고.. 이렇게 철저한 방역 절차를 거쳐도 한 번에 두명만 병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차례가 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근 십여 년을 이곳에 지내시면서 처음 5년여 동안은 대화도 나누고 집에서 만들어 간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것도 보면서 눈을 맞추었는데, 지난 5년의 시간은 깊은 잠에 빠져드신 모습이 대부분이었고 콧줄로 어렵사리 식사를 드시는 것을 보아야 했다. 어쩌다 병원에 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안.. 2022. 1. 5. 송년..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가 한 걸음 물러서고, 두 걸음 앞으로 나갔다가도 한 걸음 물러서고.. 그러면서도 어느새 365일이 흘러 한해를 보내는 길목에 다다랐다. 늘 제자리걸음으로 머문 것만 같았는데 나도 모르게 앞으로 전진한 건지, 아니면, 그저 시간만 지나간 건지.. 희망도 안 보이고 꿈조차 꾸기 어려운 현실에서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마음이 착잡하긴 하지만 그래도, 지난 한 해도 잘 견뎌냈다고, 이 또한 지나가지 않겠느냐고, 한잔 술을 나누며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한다. 올 한 해도 블친님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되었기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새해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해가 되기를 바라며 늘 건강하시고 다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들의 새해를 위하여 건배~~! 2021. 12. 29.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1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