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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탈피 이른 아침에 잠을 깨우고 가없이 긴 한낮의 무더위 속에서도 숲 속의 소슬바람을 느끼게 하는 매미소리. 매미의 합창을 들으며 북악 산책로를 걷다가 탈피된 매미 허물을 보았다. 더, 더 완전해지기 위해 탈피를 반복하며 자신을 완성시킨다는 매미 아니던가. 수년간을 어두운 땅속에서 탈피를 거듭하며 지내다가 마침내 마지막 허물을 벗어던지고 드디어 자유롭게 훨훨~~ 매미가 가슴이 터져라 하루 종일 울어대는 건 제 짝을 부르는 거라고 하네. 고작 며칠을 살기 위해 수년간의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밤낮으로 삶의 찬가를 불러도 부족할 듯.. 올해는 매미식구가 많이 늘었는지 합창소리도 크고 더 우렁찬 것 같다. 2021. 8. 7.
비내리는 서오릉 요 며칠 간간히 소나기가 내리더니 엄청 후덥지근해졌다. 모처럼 아침부터 흐렸던 일요일. 오늘은 많은 비가 내릴 거라고 하기에 혹 입산이 금지될지도 모를 북한산 대신 서오릉을 걷기로 했다. 습기를 머금은 연둣빛 잔디가 시원해 보인다. 이럴 땐 눈과 피부의 괴리가 엄청나다는. 오랜만이야요~임금님. 날씨가 너~무 덥네요. 보랏빛 깃발을 흔들며 반기는 비비추. 무덥고 습한 날씨였는데도 산책 나온 사람들이 꽤 있다. 오전이었는데도 시원한 느낌이라곤 1도 없는 뜨듯한 공기 속에서 할아버지가 쉬고 계셨다. 근데 왜 그리 힘들어 보이시던지.. 밀집 걱정 없는 곳인데도 간간히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다. 싱그러운 풀내음을 깊이 들이키고 싶었지만 모두들 내 맘과 같으려니..싶어 참았다. 난 아직 사.. 2021. 8. 3.
다육이 수난시대 우리나라의 고온다습한 여름은 다육이들에게는 지옥같은 계절이어서 관리에 신경쓰지 않으면 건강한 여름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다행히 창틀에 놓아 둔 다육이들은 비교적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느닷없이 소나기가 내릴 때를 대비해 외출할 때는 뽁뽁이 비닐을 씌워두기도 하고, 혹시나 물먹고 탈 날까봐 물을 굶겨서 삐들삐들 말라가는 다육이도 여럿 보이지만 맘을 독하게 먹고 외면하고 있다. 물배 부른 다육이는 죽어도 물고픈 다육이는 절대 죽지 않는다는 말을 믿으며..! 그런데요.. 모두 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으나 에어컨 실외기 위에 있던 아이들은 몰골이 처참하게 변했습니다. 뜨거운 햇살을 몽땅 쬐고있던 다육이가 윗집 실외기에서 떨어진 물을 뒤집어쓰고 모습이 일그러졌어요. 함께한 삼년동안 아주.. 2021. 7. 25.
소나기와 노을 무거운 짐을 이고도 주저주저하더니 마침내 한바탕 장대비를 쏟는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잦은 소나기가 내렸다는 말은 들었어도 울 동네만큼은 뽀송뽀송하더니 갑자기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 길게 목을 빼고 세상 구경하던 나리꽃은 허리가 구부러진 채 휘청휘청.. 소나기가 그치고.. 어렵사리 무거운 짐을 부려놓은 구름은 날아갈 듯 가벼워 보였다. 하루 해가 저물면서 화사한 노을빛으로 서서히 물드는 구름. 소나기 덕분인가.. 오랜만에 아름다운 노을을 만났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노을빛에 빨려 들어 노을멍하며 머리를 비어내던 5분여의 시간. 시간의 흐름도 참 아름다운 과정이라고.. 2021. 7. 22.
인사동에서 갤러리에서 나와 인사동으로 가는 길. 인사동 골목마다 능소화가 한창이었다. 오가는 행인들이 숨을 불어 넣은 인사동 거리. 지인이 가끔 들렀다며 안내한 음식점은 인사아트 지하에 있는 꽁보리밥 집이었다. 거리는 한산했는데도 음식점 안에는 손님들이 많아서 깜놀! 우리는 코다리찜으로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운현궁이나 돌아보자 했는데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고즈넉한 궁 내부. 인적 없는 노락당. 노락당은 운현궁의 안채이며 고종 1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개다리소반에 준비된 조촐한 주안상. 권세가의 부엌살림이었어도 현대를 살고 있는 소시민의 눈에는 단출하게만 보였으니 그 당시 서민들의 살림이야 오죽했을까.. 노락당과 함께 안채로 쓰인 이로당. 인적 없는 운현궁을 천천히 돌아보고 입구로 나오니 그제서야.. 2021. 7. 16.
서화 전시회 지난 토요일 (7월 3일) 버스를 타고 인사동으로 가는데 경찰버스가 광화문 앞을 가로막은 채 줄 나래비로 서있다. 아차, 오늘 민노총 집회가 있다고 했는데.. 다행히 교통은 순조로웠다. 서예가로 활동하는 지인의 전시회를 관람하고 축하도 할 겸, 모처럼 인사동으로 외출하던 날. 이곳에서 전시회에 같이 갈 지인을 만나기로 했는데 인사동 입구는 주말인데도 한산했다. 이번 전시회는 다섯 명의 서예가가 함께한 합동 전시회이다. 서예가 지인의 작품. 서화로 꾸며진 작품은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오랜 세월 글을 쓰며 내면을 갈고닦은 단아한 모습의 지인과 함께 기념샷. 20대에 서예를 시작하여 40여 년 동안 한 길만 걸어온 그녀의 지극한 끈기와 인내는 존경스럽기만 하다. 먹을 갈며 마음을 가다듬은 수년 세월의 결.. 2021. 7. 13.
봉원사 연꽃보러 갔더니,, 지난 수요일(7월 7일) 신촌에 있는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꽃을 보려고 봉원사에 들렀다. 비좁은 고무통에서 편히 지내지는 못해도 매해 꽃을 피우는 봉원사 연꽃. 커다란 잎 사이로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소담스레 핀 연꽃 한송이와 눈 맞춤하며 반가운 인사~! 얼마나 피었을지 궁금했던 연꽃을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니.. 뜻밖에도 경내 마당이 횡뎅그레하다. 어머, 이게 웬 일 이래니..! 마당 가득 늘어서 있던, 연이 심긴 고무통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삼천불전은 불사가 한창이었고,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에 있던 연들은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 틈바구니에서 곱게 피어난 꽃봉오리가 안부 인사를 건넨다. 마치 우리들은 무사하다는 듯이. 텅 빈 마당을 보면서 순간 .. 2021. 7. 10.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이곳에 오면 초록빛 넘실거리는 논을 볼 수 있어 좋다. 멀리 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전원적인 시골 내음 물씬한 풍경. 더불어 가끔 찾아가는 단골 음식점이 있어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주변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서 나에겐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곳이다. 기계로 농사짓는 시대임에도 이곳에서는 허리 숙여 모를 심고, 낫으로 벼를 베며 직접 손으로 농사를 짓는다. 규모가 작으니 고생이 두 세배..! 푸른 물결 일렁이는 논은 보고만 있어도 싱그러워 좋았다. 눈도 정화되고, 마음도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 먼 여행길에 나서는 민들레 홀씨의 안녕을 기원하며.. 남의 집 마당도 스리슬쩍 구경. 이쁘게 가꾼 시골집 마당 한편에는 루드베키아가 만발이다. 루드베키아의 꽃말이 영원한 행복이라네. 늘씬하게 자란 각양각색의 달.. 2021. 7. 8.
무용 공연관람 오랜만에 무용공연을 관람했다. 한양대 원미자 교수의 60년 예인의 길 공연. 코로나 때문에 많은 공연이 취소되는 와중이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날을 기다렸다. 공연장소는 삼성동 한국문화의 집. 공연 관람 전, 공연장 앞에서 지인들과 만나 근처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공연장은 아담했다. 좌석마다 띄어 앉아야 해서 관람 인원수가 제한되긴 했지만 비대면이 아닌 것만도 다행이려니. 공연은 아홉마당으로 구성되었다. 요즘 허튼춤과 진주 교방굿거리춤을 익히는 중이라서 기대를 많이 했던 공연이었기에 공부하는 마음으로 더 세심하게 관람했다. 공연이 끝나고.. 허튼춤과 진주교방춤을 공연한 무용팀의 인사. 논개 살풀이춤의 성은혜 교수. 마치 논개가 환생한 것 같았던.. 슬프고 아름답고 한스러운 춤사위가 무척.. 2021. 7. 7.
한옥마을 꽃밭 잡초만 무성했던 나대지였던 땅이 꽃밭으로 변신했다. 그동안 분양되지 못한 땅이었는지 그건 알 수 없지만 곱게 치장한 한옥 틈바구니에서 이빨 빠진 듯 퀭해 보이던 자리에 이쁜 꽃밭을 만든 지자체의 결정은 참 잘한 것 같다. 아직은 엉성한 모습이지만 동물 토피어리도 있고, 일렬횡대로 서있는 개량종 코스모스는 왜 그리 꼿꼿한 자세인지.. 꽃피는 시기도 빨라서 한여름이 되기도 전에 벌써 사그라들고 있으니 가을 코스모스도 이제 옛말이 되는 건 아닌지.. 얼핏 엉겅퀴 같은 분위기의 이 신참내기가 눈에 꽂힌다. 국화과에 속한다는 리아트리스. 벌레를 퇴치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니 동네 꽃밭에 심기엔 안성맞춤인 듯..! 핑크 달맞이꽃의 화사한 웃음에는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꿀풀과에 속하는 백리향은 이름에서부터 향기가 솔.. 2021. 7. 6.
오늘제빵소 나들이 친구들과 만나 점심을 먹고 음식점 주변의 카페에 들어가려다가 20분을 달려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오늘 제빵소로 갔더랬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역시나 달려온 보람이 있더라는. 철 지난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본관. 비록 조화이긴 하지만 꽃은 늘 반가움이다. 이곳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어느 것이 맛있을까.. 디저트 탐색 중. 막 점심을 먹고 왔어도 디저트 배는 따로 있으니까..ㅋ 구수한 빵 냄새가 나는 것만 같은, 눈빛으로 익어가는 빵.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친구가 슬쩍 한 장 찍어줬는데 에구구.. 이쁜 우리 친구가 눈을 감고 있었네.. 북한산이 바라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자모회에서 만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다 보니 어느덧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세월이 흘.. 2021. 7. 5.
물안개 낀 북악산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북악 산책로 걷기. 진한 풀내음에 코가 화들짝 놀란다. 이 상큼함이라니..!! 팔각정에 도착하자마자 북한산 조망부터. 눈앞에 펼쳐져 있을 북한산은 장막에 가려지고 5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에 눈이 막막해진다. 아쉬운 마음으로 화단의 클로버에게 시선을 보내며 혹여나 있을지 모를 네 잎 클로버를 눈 더듬어 찾아보는데 모두가 한결같이 행복이 제일이라고 하네. 바야흐로 버찌가 익어가는 계절. 멀리 가닿지 못하는 시선이 비에 젖은 벤치에 잠시 앉는다. 순간 내 몸도 축축히 젖어드는 느낌.. 이래서 몸과 마음이 동체인가봐. 드디어 하늘마루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니 하늘마루도 오롯하게 우리들 차지. 빗소리 들으며, 바람소리 들으며.. 풀숲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도란도란 나누는 담소처럼 들.. 2021. 6. 26.
매실청 지난 주에 재래시장에 가봤더니 매실이 엄청 쌌다. 이제 끝물이라서 그렇다지만 그래도 그렇지 5킬로에 7천 원이라니.. 매실 키운 농부님 마음이 무척 착잡할 것 같았다. 난 작년에 담근 매실청을 아직도 개봉을 안 했기에 매실이 탐나긴 했지만 올해는 건너뛰기로 했다. 매실청을 거르는 날. 작년 이맘때 담아둔 것이니 1년 만에 개봉하는 매실청이다. 남들은 100일 만에 걸렀다고 하는데 나는 오래전에 특별하게 비법을 가르쳐 주신 분이 계셔서 그분의 조언을 떠올리며 1년을 푹 묵혔더랬다. 매실 건더기는 쫀득쫀득 맛있었다. 이번에는 설탕도 맞춤했고 발효될 때 넘치지도 않았으니 매실청이 제대로 담가진 것 같다. 1년 동안 숙성된 매실청은 그 맛이 깔끔하면서도 깊었다. 매실청을 담그면 건더기를 어찌해야 할지가 늘 고민.. 2021. 6. 22.
선물 받은 날,꽃밭에서 길을 걷다가 도로에 인접한 막다른 골목 코너에 이름 모를 꽃밭이 있는 걸 발견했다. 와우~ 이게 웬 횡재.. 늘 차로 지나쳐서 눈에 띄지 못했던 꽃밭이었는데 이렇게 슬슬 걷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게 많다. 네이버에 물어보니 아마 인디언 국화라고 하던가.. 유난히 이쁘고 고운 접시꽃 당신의 얼굴. 땅주인이 놀고 있는 땅에 꽃을 가꾼 것인지 어쩐지.. 입구에 나무 가림막을 설치해 놓아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그곳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 있더란 걸. 이분은 나와 함께 무용을 하는 분인데 고전 바느질 전문가이시다. 솜씨가 좋아 고전적인 다른 분야도 다 다루시는 손재주꾼. 나보다 4살 연상인 언니. 지금 꽃 이름 찾고 있는 중.. 하얀 수레 국화도 피었고, 얘 이름은 뭔지 찾아보지도 않았네. 이름 아는 것이.. 2021. 6. 20.
축전의 대가족 이루기 2021. 2월 15 오동통한 잎장이 하트를 닮아 더 귀여운 축전. 씨앗이나 잎꽃이가 아닌 탈피로 번식한다기에 호기심이 생겨 데려왔던 다육이다. 2021.3월 4일. 보름도 넘게 우리 집 환경에 적응시킨 후 화분에 심어 주었다. 4월 21일 탈피 시작. 화분에 심은 후 탱글탱글하게 야무진 모습을 보이던 축전이 크기를 키우지도 않고 시들시들한 모습으로 변하기에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싶어 노심초사하며 시시때때로 관찰했더랬다. 아마 그렇게 한달여를 지켜보았을까.. 시들시들하던 잎장이 얇은 막을 씌운 것처럼 조금씩 투명한 비닐처럼 변하더니 어느틈에 잎이 쬐금 튿어져 있었다. 아하~! 이것이 바로 탈피의 과정이란 걸.. 4월 25일.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고통은 식물도 다를 바 없는 것 같았다. 지켜보는 것만으.. 2021.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