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181 서촌 문이 닫힌 윤동주 문학관은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오랜만에 인왕 스카이웨이도 걸어볼 겸, 저녁 식사도 할겸, 인왕산책로를 걸어서 경복궁역으로 나가기로 했다. 오가는 길목에 옥잠화도 곱게 피고, 도로가의 철제 담벼락에는 초소 책방의 수상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떠억~! 붙어 있다. 초소책방을 한바퀴 둘러보니 사람들도 많고.. 모처럼 맘에 드는 곳이 생겼다 했는데 그새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가 되어버려서 좋은 쉼터를 뺏긴 기분.. 인왕 산책로에는 유독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북악 산책로는 강아지가 통행금지인 건지 알쏭달쏭.. 인왕 산책로를 계속 걸으려다가 수성계곡으로 빠졌는데,, 우거진 수풀이 계곡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려서 별 감흥없는 산책이 되었다는. 모처럼 많이 걸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현.. 2021. 9. 4. 북악산 한양도성 탐방길 화정박물관 옆길을 따라 오르며 북악 스카이웨이로 가는 길. 오랜만에 이쪽으로 와봤더니 언제 백사실 관리초소가 생겼다. 어차피 두 길이 만나게 되지만 우리는 왼쪽 길로 go~! 통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계단은 시각적으로도 덜 힘들어 보이는데다 분위기도 짱! 음용 적합,음용 부적합을 반복하던 백사실 약수터는 이제 제 기능을 영영 잃은 것 같다. 이곳을 지나갈 때면 의식을 행하듯 약수 한 모금이라도 꼭 마시곤 했는데 귀하게 간수하던 약수터를 외면하게 된 현실이 안타까웠다. 드디어 북악 스카이 웨이에 올라서고, 북악 산책로를 걸으려고 했었는데 산뜻한 이정표에 마음이 동해서 급 방향 선회.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하늘에 닿아있는 데크계단. 산속이 습해서 상쾌함이라곤 1도 없었던 산길을 올라왔는데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하.. 2021. 9. 1. 나도 샤프란 나도 샤프란의 2020. 6월 6일 모습. 샤프란과 많이 닮아서 나도 샤프란이란 이름을 얻은 제피란시스 꽃이다. 꽃말은 온화한 미소. 한동안 샤프란인 줄로만 알고 있다가 나도 샤프란이라는 걸 확인하고 아주 잠깐 실망했던 옛 기억..! 향내 폴폴 날 것 같은 외모와 달리 향기는 미미하지만 샤프란이면 어떻고, 나도 샤프란이면 어떠리. 이렇게 온화한 미소가 곱기만 한데.. 나도 샤프란은 우리집에서 오랜세월을 함께 한 화초이다. 논현동에 살때부터 키우던 샤프란을 지금까지 키우고 있으니 아마도 근 30여년 가까이 되가는 것 같다. 그동안 관리를 소홀히 해서 식솔이 불지는 않았어도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해마다 잊지않고 요렇게 이쁜 꽃을 보여주니 어찌나 대견한지.. 작년에는 마치 꽃꽂이를 해 놓은 것 마냥 유난히 이.. 2021. 8. 28. 저녁산책길 저녁식사 후 주변을 걸을 수 있는 마땅한 곳을 생각하다가 송추로 go~! 산책하기 전, 매콤 달콤한 비빔냉면과 갈비탕으로 저녁을 먹었다. 오후 6시 이후부터는 2인 입석만 가능한 때문인지 뜨문뜨문 앉아있는 손님들 대부분이 부부동반이었다. 식사 후, 선녀교를 건너 발길 가는 데로 걷기. 희미한 기억같은 교외선 철로가 가로질러 누워있는 길. 한때는 행복실은 기차가 수없이 오가던 철길이었는데.. 지금은 세월에 묻힌 채로 잡초만 무성하다. 전원풍경이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고추밭도 구경하면서.. 메리골드가 피어있는 길을 지나고, 이 꽃 이름이 뭐였더라.. 암튼 낯익은 모습이 반가워서 눈 맞춤, 이제 막 이삭을 맺기 시작한 계단식 논에도 어둠이 스며들기 시작하고.. 가을을 꽃 피울 날을 기다리고 있는 국화밭 앞.. 2021. 8. 23. 바위솔 이야기 블친님이 보내주신 택배 언박싱. 고춧가루 외에도 보내주신 선물이 많았다. 특히나 바위솔 사진을 직접 프린트해서 넣으신 섬세함에는 감동 먹었다는. 박스를 열면서 먼길 오느라 힘들었을 바위솔이 제일 궁금했는데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화원에서 바위솔을 많이 봤었는데 이 바위솔은 다육이를 닮아 더 이쁘고 귀여웠다. 바위솔에 대해 아는 지식이 전혀 없어서 유튜브를 보며 바위솔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름도 이쁜 연화 바위솔이라네. 바위솔은 다육이와 달리 널찍한 공간이 필요하다는데 집에 알맞은 화분이 없어서 다음날 부랴부랴 화원으로 go~! 화원 앞. 아담한 키의 해바라기가 화분 안에서 다소곳이 서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와 더위로 인적이 뜸한 여름날의 화원은 찜통이었다. 그나.. 2021. 8. 20. 무지개 뜬 날 경기도 고양의 창릉천 주변을 산책하다가 행운처럼 무지개를 만났다. 야속하게도 구름이 무지개를 가려서 온전한 모습은 아니었어도 오랜만에 보는 무지개는 설렘이었다.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 준 사진엔 북악산 위로 이런 무지개가 떴다고 했는데.. 북한산 봉우리들은 오렌지빛 조명이 비추이는 듯 황금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한동안 산봉우리를 빛내던 석양빛은 서서히 세상 속으로 스며들고.. 무지개를 붙잡고 싶은 마음은 하늘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놓을 줄을 모르는데.. 해는 휘황찬란한 구름을 휘적이며 서쪽끝으로 갔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곱게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 최윤경의 노을 中에서 - 해가 남기고 간 긴 여운을 헤집으며 나도 따라 총총..!! 2021. 8. 18. 아로니아 작은 형님이 보내신 아로니아를 택배로 받았다. 날이 너무 더워서 충주 시골집에 내려가 보지도 않다가 이번에 며칠 묵으시면서 가족들이 먹을 것만 조금 따오셨다고 하네. 올해는 아로니아가 안 좋다고 하셨어도 까맣게 익은 아로니아를 보니 무더운 여름날 아로니아를 따겠다고 충주에 내려가 두 형님과 함께 지냈던 지난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친다. 풀독이 올라 한 달여 고생하긴 했지만 밤하늘의 별을 보고 시누이와 올케가 한방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시간들이 지금은 너무도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작년에 보내주신 아로니아가 아직도 냉동실에 남아 있는데 생과를 주스로 만들어 먹다 보니 많이 먹게 되지도 않고, 냉동실에 보관할 자리도 마땅치 않아서 어찌할까 궁리를 하다가 아로니아청을 만들기로 했다. 한 번도.. 2021. 8. 14. 북악 산책로 아침산책 아침마다 운동 겸, 가벼운 산행이나 산책을 하는 남편을 따라 모처럼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 내가 뭉그적거리는 바람에 8시를 넘겨 집을 나섰다. 인적 드문 산책로여도 활기가 넘치고, 해는 중천에 떴어도 소슬한 바람이 불어서 나름 상쾌했다. 북악산 정상을 오르려면 부암동의 창의문에서 산행을 시작해야 했는데 이제는 북악 산책로를 걷다가 북악산 정상으로도 오를 수 있도록 새로운 입구가 생겼다. 이 길은 선선한 가을쯤에나 올라가 보기로 하고 앞으로 총총.. 산책로 대부분은 덮개를 씌워놓았는데 걷는 사람 입장에선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다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병풍처럼 펼쳐진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때는 이태리 레스토랑이었던 자리에 무인점포인 셀프 라면집이 들어섰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팔.. 2021. 8. 10. 매미의 탈피 이른 아침에 잠을 깨우고 가없이 긴 한낮의 무더위 속에서도 숲 속의 소슬바람을 느끼게 하는 매미소리. 매미의 합창을 들으며 북악 산책로를 걷다가 탈피된 매미 허물을 보았다. 더, 더 완전해지기 위해 탈피를 반복하며 자신을 완성시킨다는 매미 아니던가. 수년간을 어두운 땅속에서 탈피를 거듭하며 지내다가 마침내 마지막 허물을 벗어던지고 드디어 자유롭게 훨훨~~ 매미가 가슴이 터져라 하루 종일 울어대는 건 제 짝을 부르는 거라고 하네. 고작 며칠을 살기 위해 수년간의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밤낮으로 삶의 찬가를 불러도 부족할 듯.. 올해는 매미식구가 많이 늘었는지 합창소리도 크고 더 우렁찬 것 같다. 2021. 8. 7. 비내리는 서오릉 요 며칠 간간히 소나기가 내리더니 엄청 후덥지근해졌다. 모처럼 아침부터 흐렸던 일요일. 오늘은 많은 비가 내릴 거라고 하기에 혹 입산이 금지될지도 모를 북한산 대신 서오릉을 걷기로 했다. 습기를 머금은 연둣빛 잔디가 시원해 보인다. 이럴 땐 눈과 피부의 괴리가 엄청나다는. 오랜만이야요~임금님. 날씨가 너~무 덥네요. 보랏빛 깃발을 흔들며 반기는 비비추. 무덥고 습한 날씨였는데도 산책 나온 사람들이 꽤 있다. 오전이었는데도 시원한 느낌이라곤 1도 없는 뜨듯한 공기 속에서 할아버지가 쉬고 계셨다. 근데 왜 그리 힘들어 보이시던지.. 밀집 걱정 없는 곳인데도 간간히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다. 싱그러운 풀내음을 깊이 들이키고 싶었지만 모두들 내 맘과 같으려니..싶어 참았다. 난 아직 사.. 2021. 8. 3. 다육이 수난시대 우리나라의 고온다습한 여름은 다육이들에게는 지옥같은 계절이어서 관리에 신경쓰지 않으면 건강한 여름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다행히 창틀에 놓아 둔 다육이들은 비교적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느닷없이 소나기가 내릴 때를 대비해 외출할 때는 뽁뽁이 비닐을 씌워두기도 하고, 혹시나 물먹고 탈 날까봐 물을 굶겨서 삐들삐들 말라가는 다육이도 여럿 보이지만 맘을 독하게 먹고 외면하고 있다. 물배 부른 다육이는 죽어도 물고픈 다육이는 절대 죽지 않는다는 말을 믿으며..! 그런데요.. 모두 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으나 에어컨 실외기 위에 있던 아이들은 몰골이 처참하게 변했습니다. 뜨거운 햇살을 몽땅 쬐고있던 다육이가 윗집 실외기에서 떨어진 물을 뒤집어쓰고 모습이 일그러졌어요. 함께한 삼년동안 아주.. 2021. 7. 25. 소나기와 노을 무거운 짐을 이고도 주저주저하더니 마침내 한바탕 장대비를 쏟는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잦은 소나기가 내렸다는 말은 들었어도 울 동네만큼은 뽀송뽀송하더니 갑자기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 길게 목을 빼고 세상 구경하던 나리꽃은 허리가 구부러진 채 휘청휘청.. 소나기가 그치고.. 어렵사리 무거운 짐을 부려놓은 구름은 날아갈 듯 가벼워 보였다. 하루 해가 저물면서 화사한 노을빛으로 서서히 물드는 구름. 소나기 덕분인가.. 오랜만에 아름다운 노을을 만났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노을빛에 빨려 들어 노을멍하며 머리를 비어내던 5분여의 시간. 시간의 흐름도 참 아름다운 과정이라고.. 2021. 7. 22. 인사동에서 갤러리에서 나와 인사동으로 가는 길. 인사동 골목마다 능소화가 한창이었다. 오가는 행인들이 숨을 불어 넣은 인사동 거리. 지인이 가끔 들렀다며 안내한 음식점은 인사아트 지하에 있는 꽁보리밥 집이었다. 거리는 한산했는데도 음식점 안에는 손님들이 많아서 깜놀! 우리는 코다리찜으로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운현궁이나 돌아보자 했는데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고즈넉한 궁 내부. 인적 없는 노락당. 노락당은 운현궁의 안채이며 고종 1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개다리소반에 준비된 조촐한 주안상. 권세가의 부엌살림이었어도 현대를 살고 있는 소시민의 눈에는 단출하게만 보였으니 그 당시 서민들의 살림이야 오죽했을까.. 노락당과 함께 안채로 쓰인 이로당. 인적 없는 운현궁을 천천히 돌아보고 입구로 나오니 그제서야.. 2021. 7. 16. 서화 전시회 지난 토요일 (7월 3일) 버스를 타고 인사동으로 가는데 경찰버스가 광화문 앞을 가로막은 채 줄 나래비로 서있다. 아차, 오늘 민노총 집회가 있다고 했는데.. 다행히 교통은 순조로웠다. 서예가로 활동하는 지인의 전시회를 관람하고 축하도 할 겸, 모처럼 인사동으로 외출하던 날. 이곳에서 전시회에 같이 갈 지인을 만나기로 했는데 인사동 입구는 주말인데도 한산했다. 이번 전시회는 다섯 명의 서예가가 함께한 합동 전시회이다. 서예가 지인의 작품. 서화로 꾸며진 작품은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오랜 세월 글을 쓰며 내면을 갈고닦은 단아한 모습의 지인과 함께 기념샷. 20대에 서예를 시작하여 40여 년 동안 한 길만 걸어온 그녀의 지극한 끈기와 인내는 존경스럽기만 하다. 먹을 갈며 마음을 가다듬은 수년 세월의 결.. 2021. 7. 13. 봉원사 연꽃보러 갔더니,, 지난 수요일(7월 7일) 신촌에 있는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꽃을 보려고 봉원사에 들렀다. 비좁은 고무통에서 편히 지내지는 못해도 매해 꽃을 피우는 봉원사 연꽃. 커다란 잎 사이로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소담스레 핀 연꽃 한송이와 눈 맞춤하며 반가운 인사~! 얼마나 피었을지 궁금했던 연꽃을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니.. 뜻밖에도 경내 마당이 횡뎅그레하다. 어머, 이게 웬 일 이래니..! 마당 가득 늘어서 있던, 연이 심긴 고무통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삼천불전은 불사가 한창이었고,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에 있던 연들은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 틈바구니에서 곱게 피어난 꽃봉오리가 안부 인사를 건넨다. 마치 우리들은 무사하다는 듯이. 텅 빈 마당을 보면서 순간 .. 2021. 7. 10.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1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