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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가시던 날. 지난 일요일.(5월 1일) 현재 상태가 조금 안 좋으시니 상황을 봐서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요양병원 측의 연락을 받고 좌불안석의 마음으로 대기하고 있던 중에, 저녁 무렵이 되서야 빨리 병원으로 오란다. 헐.. 병원이 용인에 있는데..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도착하기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가까스로 어머님의 얼굴은 볼 수 있었지만 곧바로 운명하셨다. 향년 99세. 신촌 세브란스에 어머님을 모시고 2박 3일의 장례식을 치렀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장례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는데 다행히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서 어머님께 감사했다. 따뜻한 봄날에 가시라고 했더니 정말 따뜻한 봄날에 가셨다. 삼가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2. 5. 4.
두릅 선물 택배로 보낼 양은 안되어서 신문지에 꽁꽁 싸매어 보관해 놓고 우리를 만날 날을 기다리셨는 듯.. 충주 시골집에다 나무 조금 심어 놓고 텃밭 조금 일구시면서 농사 아닌 농사 같은, 농사를 지으시는 작은 형님이 내 손에 들려준 두릅과 엄나무 순이다. 이런 재미에 일산과 충주를 오가면서 나무를 가꾸고 푸성귀를 키우면서 힘든 전원생활의 즐거움으로 삼으시는데 올봄에도 충주 시골집에 두릅 따러 갔더니 이미 누가 다 따갔더라며 한숨을 쉬셨다. 요즘 세상에도 남의 것을 탐하는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지.. 커가는 작물을 보며 흐뭇해할 주인의 심정을 분명 알텐데도.. 적은 양이지만 맛이나 보라면서 한 끼 거리밖에 안된다고 되려 민망해하셨지만 난 너무도 귀한 선물인 걸 알기에 감사히 받았다. 몇 해 동안 시골집에 놀러 가지.. 2022. 4. 29.
재회 친구들과 모임이 있던 날. 덕수궁 앞에서 정차하고 있는 중에 수문장 교대식이 열리는 걸 보았다.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는 건 아니었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거리 풍경이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근데, 교대식이 더 세밀해지고 웅장해진 느낌.. 서울역 앞. 신호등이 발목을 붙든다. 한번 걸리면 계속 걸리게 되는데 시간이 여유롭지 않으니 발목을 붙드는 신호도 반갑지 않고 조바심이 났다. 국방부 앞은 분주해 보였다. 양재역에서 친구들을 만나 내 차로 이동. 모처럼 청계산 부근으로 나갔다. 내가 기억하는 첫 모습은 근방이 맨 흙땅이었고 이 느티나무 한그루만 덩그러니 있었는데 이젠 시내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 들었다. 10여 년이 넘도록 한자리에 있는 음식점을 다시 만난다는 건 반가우면서도 놀라운 일. 실내 인테.. 2022. 4. 27.
다육이의 봄 날 우리 집 다육이의 봄은 조금 늦는 것 같다. 작년 같으면 이맘때 꽃이 한창 피었었는데 일찌감치 꽃대를 물고 있었어도 정작 키 클 생각을 안 하더니 요사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뽀얀 백분을 머금은 잎이 신비로운 백은무도 보랏빛 꽃을 피우고, 별 꽃 닮은 멘도사 꽃도 이제 막 한 송이 방긋~! 꼬집기 해주었던 할로윈은 자구가 바글바글 돋았는데,, 같이 꼬집기 해주었던 흑법사는 아무리 살펴봐도 자구가 하나밖에 안보이니 다시 꼬집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곰곰.. 연화 바위솔의 이 가냘픈 팔은 어떡할거야~~ 에어컨 실외기에 내놓은 다육이들은 상석을 차지한 덕에 불을 뿜듯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겨울 내내 진분홍색 꽃을 피어주어 기특했던 부겐베리아의 성글은 화분 속에 바위솔 한 포트를 사다가 심어 두었는데.. 2022. 4. 25.
젤 네일 strip 사용기 다이소에서 파는 식물 영양제가 가격도 싸고 좋다는 말을 듣고 그걸 사려고 다이소에 갔다가 칸칸이 빼곡하게 쌓여있는 물건들을 모처럼 찬찬히 구경하게 되었는데 이것, 저것, 구경하다가 호기심에 골라온 젤 네일이라는 이 상품. 일명 스카치테이프처럼 붙이는 매니큐어였다. 젤 네일은 원색의 화려한 색깔과 특이한 문양들이 많았는데 나는 어쩌다 가끔 바르는 매니큐어와 같은 색으로 골랐다. 값은 천 원. 손톱에 맞는 크기의 젤 네일을 붙이기만 하면 네일 아트 완성~! 근데, 핀트가 안 맞은 사진이 더 맘에 드네..ㅋ 난 내 손을 물그러미 들여다 볼 때마다 울 엄마가 생각난다. 울 엄마는 내 손을 보실 때마다 손가락이 길어서 게으른 손이라고 늘 놀렸다. 그렇게 지나가며 하시던 말들이 나에겐 뼈가 되고 살이 된 듯 게으른.. 2022. 4. 24.
부산 여행 맺음 이야기 이번에 부산 나들이를 함께 한 6명의 지인들과의 인연은 우리들 나이가 30대와 40대 초반 때부터였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내가 지점토 공예를 할 줄 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된 후 지점토 공예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일주일에 한 번,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에 간 시간에 우리 집에 모여서 지점토로 생활 소품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지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처음엔 선생님과 제자(?) 같은 사이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수강료 같은 건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자 이렇게 헤어지면 못 만나게 된다면서 모임을 만들자고 하기에 나도 응했고, 그렇게 해서 삼십여 년이 넘은 세월 동안 교류하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암튼,, 삼십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2022. 4. 21.
미포 해변열차 해운대에서 바로 해변열차를 타는 줄 알았더니 미포로 가야 된단다. 다행히 택시를 연달아 잡을 수 있어서 두대의 택시에 나눠 타고 미포로 갔는데 택시비가 4천 원 정도 나오는 거리였다. 우리는 미포와 송정을 오가는 왕복권을 끊었다. 미포 정거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승차~! 해변열차는 미포에서 송정까지 왕복으로 운행하는데 해안절경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바다를 향해 길게 놓여 있는 좌석이 눈길을 끌었다. 열차가 출발하고 얼마 후, 해안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가 보였다. 이곳이 혹, 달맞이 고갯길인가.. 곰곰.. 열차는 한동안 소나무 숲길을 달렸다. 철로와 소나무 숲 사이 산책로에서 산책하는 사람들도 간간이 보였다.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창 밖 풍경을 바라보다가 하얀 등대가 나타나 얼른 찰칵~! 안내 방송에서.. 2022. 4. 20.
해운대에서 해운대 백사장에서는 5월 20일부터 열리는 모래축제를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모래로 만나는 세계여행.. 참 기대된다. 조각해 놓은 지붕이 아주 낯익었다. 혹시 광화문을 조각하는 걸까..? 산처럼 쌓아 놓은 모래 위에 올라가 호스로 물을 뿌려가면서 조각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각 나라별로 쌓아 놓은 모래산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는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이 이런 모습일 터.. 여기는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해변 도로를 걸어가면서 쉴만한 카페를 찾아보는데 영 눈에 뜨이지 않고.. 카페를 찾으려니 밖으로 나가야 될 것 같아서 이럴 때 호텔 커피 좀 마셔보자며 눈앞에 보이는 조선호텔로 고우~ 바다에 아름다운 모습의 여신상이 떠있어 무슨 전설이 있으려나 했는데.. 2022. 4. 17.
우왕좌왕 부산 나들이 지난 화요일(12일). 봄나들이 이야기 끝에 갑작스레 결정되어 삼십년지기 지인들과 당일 나들이로 부산에 가던 날. 서울역에서 9시에 출발하는 부산행 Ktx를 기다리며 역사를 서성이는데 철로 사이로 곱게 핀 민들레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민들레는 일부러 심어 놓은 것처럼 얌전하고 고운 모습이었다. 당일 나들이인데도 굳이 먼 거리의 부산을 택한 건 이곳에 가보고 싶다는 한 지인 언니의 바램 때문이었다. 일이 꼬이는 바람에 결국은 참여하지도 못했지만.. 2시간 30분여 달려서 도착한 부산역. 시티투어를 하기 위해 안내 데스크를 찾아갔더니 오늘은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당일 나들이라서 시티투어로 부산을 둘러보기로 했고, 투어버스도 월요일만 운행을 안 하는 줄 알았기에 그 외 아무런.. 2022. 4. 16.
북악산 개방로 산행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 북악산과 청와대를 개방한다기에 잔뜩 기대하고 있던 차에, 북악산 남쪽 길이 새로 개방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지난 일요일(10일)에 북악산 산행에 나섰다. 북악 스카이 웨이로 올라가기 위해 화정 박물관 옆길로 들어서는데 박물관의 적막한 기운 속에서도 벚꽃이 활짝 피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길인데 참 오랜만에 와본다. 백사실 약수는 아직도 음용 불가. 오가는 산책객들의 목을 축여주던 백사실 약수터는 이제 영영 그 역할을 되찾지 못할 것 같다. 꽃만큼이나 이쁜 참나무 새싹.. 북악 스카이웨이에 오르니 노란 개나리가 두 팔 벌려 우리를 반긴다. 사진을 올리다가 나도 모르게 잡힌 무지개를 발견했다. 꼭 행운같아서.ㅎ 북악산 한양도성 길로 들어서며 눈앞에 떠오르던 수많은 계단들.. 갑자기 .. 2022. 4. 14.
하늘공원 자동차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다음에.. 다음에.. 미루다가 급기야 만료일이 3일밖에 안 남은 걸 알게 되어 부랴부랴 인터넷 예약을 하고 다음날 검사소를 찾아갔다. 예전보다 절차가 많이 간편해진데다 예약제로 하다보니 바로 검사가 끝났는데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기가 왠지 서운해서 옆에 있는 하늘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네비에 물어보니 목적지까지 3분이라네. 공원 주차장을 찾아가다가 갓길에 세워진 차들을 보고 나도 따라 빈자리에 일단 주차하였다. 다행히 바로 앞차 차주 분이 계셔서 주차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오늘은 토요일인데요 뭘.. 그런다. 그럼 나도 이곳에..! 조금 걸어가니 반가운 구름다리가 보이고~ 홀로 나선 길인데도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이 홀가분함이라니.. 계단을 잠시 올려다보다가 맹꽁이 차를.. 2022. 4. 12.
숲길 정원 브런치 카페. 북한산 둘레길을 걸은 후 향긋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오랜만에 일영에 있는 숲길 정원에 갔던 날. (지금은 서울에도 벚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조금 늦은 포스팅이지만 숲길 정원은 봄이 늦게 오는 곳이라서 아마도 벚꽃이 피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할 듯..) 피크타임이 지난 시간인 데다 아직은 바람결이 싸늘하게 느껴질 때라서 야외 테이블이 많이 여유로웠다. 우리는 안온한 실내에 앉는 대신 햇살 따뜻한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구수한 커피가 먼저 나오고.. 10여분 기다려서 나온 마늘빵. 좀 있으면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도 남긴 빵은 포장해 가기로 하고 그냥 주문했다. 마늘빵은 이곳 베이커리의 시그니처 메뉴인데 마늘빵만큼은 주문과 동시에 빵을 구워내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갓 구워 낸 빵이라 더 아삭바.. 2022. 4. 8.
북한산 자락길 옥천암을 반환점으로 생각하고 나선 산책이었는데 홍제천을 좀 더 걸을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북한산 자락길 팻말을 보고 자락길을 가보기로 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노란 개나리가 뒤덮은 개나리 동산을 늘 차 타고 지나가며 눈으로만 구경했는데 오늘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그냥 멀리서 바라볼 때는 경사가 심해 보여서 오르는 길이 힘들겠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지그재그로 깔린 데크길이어서 노약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노란 개나리가 피어있는 데크 산책로는 봄날의 안산과 비슷한 느낌. 산기슭은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온통 노란빛이다. 올 봄에는 개나리를 원 없이 보는 것 같은 기분.. 이 아랫동네는 홍은동인가..홍제동인가.. 지그재그 길을 재밌게 걸으며 노란 개나리꽃에 흠뻑 취한 날. 간간히 .. 2022. 4. 6.
홍제천 상류의 봄 봄볕이 이쁜 지난 주말 오후. 친구들과 북한산 산행에 나선 남편 덕분에(?) 홀로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다가 오래간만에 혼자 홍제천을 산책하려고 집을 나섰다. 북한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천을 이룬 홍제천 상류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많아서 세검정 삼거리에서야 홍제천 곁으로 들어설 수가 있다. 홍제천 덕분에 만나는 아름다운 친구들.. 따뜻한 봄볕 아래서 오수를 즐기는 듯, 가까이 다가가도 별 무반응. 자세히 볼 수록 더 이쁜 풀꽃들은 키재기가 한창이었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신영동의 세검정까지 가는 길은 산책로가 미비해서 개천 위를 넘나들며 걸었다. 멀리 세검정이 보이고.. 좌우의 거대한 구조물들에 짓눌려 주눅 들어 보이는 세검정이어서 개인적으론 늘 아쉬운 풍경이다. 한 때는 칼을 갈며 세상 일을.. 2022. 4. 4.
흥국사 둘레길 사람 곁에서 사는 나무는 꽃도 일찍 핀다. 산수유가 한창 꽃망울을 터트리던 지난 주말. 지난번에 흥국사에 갔다가 흥국사 둘레길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서 이번에는 둘레길을 걷기 위해 흥국사를 또 찾아갔다. 새로운 길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며.. 흥국사 입구에서 길 방향표를 보고 둘레길로 접어 드니 계절이 완전 거꾸로 되돌아간 느낌..! 등산로를 덮고 있는 수북수북 쌓여있는 갈색 낙엽에서는 온기 한점 느껴지지 않았다. 봄 찾아 나선 걸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은 하늘 아래서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초록빛 한 톨 보이지 않는 산자락을 훑어보며 탄식을 호흡 삼아 나무 계단을 오르는데 바스러지는 낙엽의 나직한 음성이 들린다.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간다.. 분별하고 싶.. 2022.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