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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 팔각정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니 하얀 옷자락을 걸치고 있을 줄 알았던 나무들이 완전 맨몸으로 덜덜 떨고 있다. 그 많은 눈은 다 어디로 간 게야.. 놀이터에 나가봤더니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듯 발자국 하나 남겨있지 않고 찬 바람만 휭.. 놀이터 한 바퀴 돌며 온기 나누기.. 그나마 내 발자국이라도 남겨 놓으니 덜 외로워 보였다. 오후에는 북악 산책로를 걸었다. 동장군의 위세가 등등했지만 곰처럼 완전무장하고 나왔더니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간밤에 통행금지였던 스카이웨이는 눈가루 한 톨 없이 말끔. 그나마 산책로에 눈이 남아 있어서 다행.. 눈은 쌀가루처럼 포슬포슬해서 미끄럽지 않았다. 오랜만에 마주한 북한산. 장승 부부의 해맑은 웃음이 오늘따라 더 정겨웠다. 오랜만에 이곳에서 사진도 한 장 찍고~! 인적 없는 팔각.. 2021. 1. 9.
눈 내리는 밤에 하얀 눈이 소나기처럼 내리던 밤. 패딩 코트를 뒤집어쓰고 밖으로 나갔다. 세상의 근심을 어루만지듯 소복소복 눈이 쌓였다. 염화칼슘을 뿌려놓은 길은 그새 속절없이 녹아들었다. 소복이 쌓인 눈이 행여나 사라질까 봐 뽀드득 소리 들으며 발도장 콩콩 찍으며 야밤의 나홀로 트위스트. 눈이 내리던 날이면 누구 발자국이 더 예쁜가 손발자국 놀이하던 학창 시절 친구들을 생각하며 손발자국도 꾸욱~! 남겨보고. 이 밤이 지나면 원망의 대상이 될지도 모를 눈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너무도 즐겁고 행복했다. 2021. 1. 8.
봄 향기 마트에 갔는데 냉이가 있어서 냉큼 한 봉지 집어 들었다. 냉이를 다듬는데 풋풋한 흙내음이 어찌나 좋던지.. 저녁 메뉴는 생각지도 안 했던 냉이 된장찌개로 결정. 다듬은 냉이는 대충 썰고~ 두부도 송송.. 멸치 육수에 호박, 양파, 버섯을 넣어 한소끔 끓인 후 된장 풀어 넣고, 두부와 냉이,파를 마저 넣고 보글보글 끓이면 냉이 된장찌개 완성~! 찌개 한 숟가락 입에 넣으니 입안에 봄 향기가 가득하다. 아직도 봄은 천리 밖 멀리 있는데 냉이는 나의 감각을 일깨워 봄을 기억나게 한다. 봄 봄 봄 봄 봄이로군요.. 2021. 1. 6.
이말산 탐방 북한산 둘레길이나 가볍게 걷자고 한옥마을에 주차를 하긴 했는데 걷기도 전에 지루한 생각이 들어서 한옥마을을 슬렁슬렁 거닐다가 인덕원 부근에서 산등성이로 오르는 작은 오솔길을 발견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어디로 갈까..?? 급 호기심 발동..! 참나무 잎이 수북이 쌓인 길.. 북한산과 달리 돌맹이 하나 보이지 않는 푹신한 육산이었다. 갑자기 말끔하게 정리된 평평한 공원이 나오는데 아하.. 이곳이 대로에 걸쳐있는 굴다리 위에 조성된 공원이구나.. 생각하니 길의 흐름이 어느 정도 짐작되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이 짓이겨져 있는 걸 보니 사람들 왕래가 잦은 것 같았다. 여긴 아마도 산아래 아파트 쉼터..? 산길 주변에는 간이 의자도 마련되어 있었고, 빗소리를 상상하며 시도 한 편 감상. 내려가는 길을 확인한 후 .. 2021. 1. 2.
세밑 단상 옴짝달싹 못하는 세상 속에서 얼어붙은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세밑 한파가 매섭다. 다사다난했다는 표현도 부족한 지난했던 시련의 2020년. 삐걱거린 일상 속에서도 세월은 무던하게 흐르고, 드디어 새해와 바톤 체인지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한해의 마지막 남은 시간을 헤아리는 마음이 그리 편하진 않지만 온 마음모아 희망의 불씨를 지피며 2021년을 기대해 본다. 올 한해도 저와 함께 하시며 음으로 양으로 힘을 주신 친구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새해에는 희망의 메아리가 울려 퍼져 모두가 웃음 지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가내의 평안과 무탈하심을 기원드립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 많이 많이 누리시는 한 해 되세요. 2020. 12. 31.
콧바람 쐬러 간 마장호수 산책도 자주 다니던 곳을 맨날 다니려니 심드렁해져서 오래간만에 마장 호수에 가보기로 했다. 혹시나 입구를 다 막았다고 해도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자며 나선 길. 그동안 거리두기에 충실한답시고 조용히 지냈는데 잠깐이나마 콧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차장은 모두 막아놓았는데 다행히 산책로는 개방되어 있었고 우리가 늘 들리던 단골집도 영업을 하고 있었기에 편안하게 주차를 하고 들어갔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1만원 이상 소비를 하면 시간 제약 없이 주차를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갔더니 휴일은 1시간만 무료이고 10분 초과마다 1천원 추가라네. 사람들이 많아서 산책부터 하기로 했다. 말라가 해변의 비 오던 밤이 생각나는, 보기만 따뜻한 난로. 호숫가는 살얼음이 살짝 덮여 있었다. 미세먼지가 자.. 2020. 12. 28.
저무는 해 부푼 가슴으로 맞이했던 2020년. 하지만 일 년 내내 바이러스에 쫓기며 살아온 숨 가쁜 시간이었다. 어느덧 12월이 되었고, 며칠 안 남은 올해를 넘길 수 없어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아들 결혼식을 하게 된 지인도 두 명이나 있었고 나름 잘 지내시던 지인의 부모님 두분도 뭐가 급하셨는지 바삐 이 세상을 떠나셨다. 아름다운 선남선녀에게 축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가시는 길 배웅도 못한 채 멀리서 축복하고 명복을 빌기만 했으니.. 차암..! 여행을 떠나봐야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듯이 코로나의 제약으로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많은 일상들이 어그러진 요즈음, 지난날의 삶의 모습들이 이토록 소중하고 애달팠던 것인지.. 안타깝고 딱하기만 했던 올해도 저물어 간다. 2020. 12. 24.
첫눈 산행 간밤에 눈에 내릴 거라는 예보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눈뜨자마자 커튼을 열어 젖히고 창밖을 내다보니 정말 하얀 눈이 소복히 쌓였다. 와우~이뻐라.. 저번에 소리 소문도 없이 첫눈이 내렸다는데 내가 못보았으니 오늘 내린 눈이 나에겐 첫눈이다. 눈이 왔으니 산에 가야지~~ 북한산에 가느라 도로를 달리는데 하얗게 쌓여있을 줄 알았던 눈이 온데간데없다. 분명 우리집 앞 나무에 눈이 쌓여있는 걸 보고 나왔는데 언제 이렇게 다 녹았다니 싶었지만 그래도 설마 산에는 있겠거니 했는데, 막상 산성입구에 당도하니 눈도 없었지만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북한동까지만 갈 수 있다네. 둘레길이나 걷자 했더니 거기도 막아놓고, 계곡 구경이나 할까 했는데 그 길도 막아 놓았으니.. 눈사람으로 환생한 첫눈. 그냥 돌아갈 수 없으.. 2020. 12. 14.
분홍꽃잎 재활용 국화차를 마시려다가 문득 부겐베리아가 떨군 꽃잎이 생각나 찻잔 옆에 널어놓았다. 그랬더니 한결 포근한 느낌..! 요즘엔 마음치유를 위한 컬러테라피도 있다고 하는데 핑크색은 기분을 한층 화사하게 만들어 주고 심신에 안정을 주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고 하니, 요즘처럼 코로나로 불안한 시국에 분홍꽃잎을 선사해준 부겐베리아가 더없이 고맙게 느껴졌다. 2020. 12. 9.
작은 감동-풀꽃 유리창 너머로 말간 겨울바람이 쉼 없이 일렁이는 날. 창가에 따스한 햇살이 슬며시 들어앉았다. 지난봄에 어린 화분 한 포트를 들여와 합식해 준 게발선인장은 한창 꽃을 피우고 있고, 하트 모양의 보랏빛 잎이 아름다운 사랑초도 꽃을 부지런히 피우기 시작했다. 새로 들인 어린 선인장은 꽃 속이 하얗다. 부겐베리아 꽃은 몇 번이나 피고 지는 중인지.. 떨군 꽃잎은 아까워서 그대로 놔두었다. 구석에 있던 게발선인장 화분을 무심코 보다가 깜놀~!! 어머나 세상에~~ 얘네들이 언제 이렇게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다니~!! 지난봄, 척박한 장소에서 힘겨운 곁방살이를 했던 사랑방 손님이 장하게 일생을 살고 간 그곳에서 그들의 후손이 올망졸망 터를 잡았을 줄이야.. 코로나에 지쳐가는 나날에 삶의 기쁨과 환희를 선사해준 너,.. 2020. 12. 3.
김장을 끝내고..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꼭 해야 할 김장을 하고 났더니 이제야 맘이 홀가분하네. 알타리 김치는 진작에 해놓았고, 한날은 동치미와 쪽파김치 담그고, 또 한날은 배추김치와 섞박지 담그기. 올해는 배추김치량을 확 줄여서 대관령 고랭지 절임배추로 3박스만 했다. 하나로마트에서 사 온 다발무 무청이 어찌나 튼실하고 싱싱하던지 차마 버리기가 아까워서 생전 안 해보던 시래기도 만들었다. 난 그냥 무청을 말리면 시래기가 되는 줄 알았는데 푹 삶아서 말려야 한다네. 푹 삶은 시래기는 베란다 빨래걸이에 걸어 놓았다. 나 어릴 적, 모든 집들이 그러했겠지만 겨울철 우리 집 마당의 빨랫줄에도 늘 시래기가 널려 있었던 것 같다. 시래기 된장국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울 아버지는 고춧가루 솔솔 뿌리고 쫑쫑 썬 파와 다진 마늘을 넣어.. 2020. 11. 30.
방울복랑 치료하기 동글동글 알사탕같은 오동통한 모습이 귀여워서 작년 봄에 애기 방울복랑 두 녀석을 집에 데려 왔는데 그동안 새 잎장도 많이 나오고 무탈하게 잘 자라더니 요즘들어 한 녀석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이 아이는 이렇게나 이쁘고 건강한 모습인데.. 이 녀석은 물을 충분히 먹였는데도 쪼글쪼글해진 잎이 펴지질 않고 별 반응이 없다. 이런 증상이 있을 땐 뿌리를 살펴보아야 한다기에 분에서 꺼내어 뿌리를 살펴보고 뽀송한 흙으로 새로 분갈이까지 해주었는데도 영..이다. 그래서 큰맘먹고 적심을 했다. 하필 겨울이라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봄이 되기를 기다리다가 자칫 그 전에 보낼 수도 있다 생각하니 한시도 머뭇거릴 수가 없었다. 화초를 키울 때도 가지치기를 못해서 늘 키만 멀쑥하게 키웠는데 다육이를 키우면서 모진 심성.. 2020. 11. 24.
두물머리 우선 두물머리를 둘러본 뒤,세미원을 마저 둘러 보기로 했다. 비교적 한적했던 세미원과 달리 두물머리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한여름의 풍경은 어땠을까..상상하며 걷던 길.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으로 양수리라고 불리는 곳이다. 수령이 400년이나 되는 느티나무 세 그루는 두물머리의 터줏대감이라고나 할까.. 병아리 떼들도 오랜만에 소풍 나온 듯.. 겸재 정선의 그림의 양수리와 운길산 풍경.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전설이 있는 두물머리 나루터. 옛날에는 남한강의 단양부터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는 마지막 정착지로 크게 번성했던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힐링지 역할을 하고 있으니 세월이 무상한 건지, 세상이 무상한 건지.. 두물머리의 .. 2020. 11. 21.
양수리 세미원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연기했던 모임들이 재개되었는데 모임마다 이왕이면 가을 나들이를 가자고 하니 널럴했던 일상에 갑자기 한꺼번에 나들이 복이 터졌다. 세미원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오늘은 친구들과 나들이 가기로 한 날. 원래는 미리 다녀온 친구의 추천으로 양평의 물소리길을 걷기로 했는데, 한 친구가 급작스레 발을 조금 다치는 바람에 장거리 걷기는 무리일 것 같아서 양수리 세미원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그 옛날 어머님들이 장독대에서 정화수 떠놓으시고 빌던 그 마음으로 나라와 가정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장독대 분수. 세미원은 연꽃이 한창일 때 오는 것이 제격이겠으나 연꽃이 사그라진 그 황량하고 쓸쓸한 분위기도 좋겠다 싶었는데 스산한 풍경임에도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는 그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더.. 2020. 11. 19.
시몬과 함께 서오릉 산책 낙엽 밟으며 걷고 싶어서 찾아간 서오릉. 은발의 할머니 한분이 우리 앞에서 걸으셨는데 하얀 머리칼이 햇빛을 받을 때마다 퇴색된 가을색 속에서 투명하게 빛났다. 그림자가 점점 드러눕는 시각. 키재기 하는 그림자들을 즈려 밟으며 걷던 길. 가는 가을이 서러운 듯 석양빛을 받은 단풍은 더욱 붉은 빛을 뿜어내고.. 나는 초연한 마음으로 화려한 가을빛의 마지막 향연을 느긋하게 즐긴다. 당신은 오늘 하루도 찬란하군요.. 얼마 안가 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하얗게 드러난 말끔한 길. 부지런한 관리인 아저씨가 이미 한 바퀴 돌며 수고하신 듯.. 지팡이를 짚은 어린 김삿갓이 낙엽 쌓인 길을 걷는다. 시몬! 나뭇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며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2020.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