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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난 손질하다가.. 이 실난은 근 20여 년을 키운 아이인데 늘 큰 화분 사이에 짱박아 두느라 물 주는 시기를 놓쳐서 몇 번씩이나 황천길 앞까지 다녀왔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물만 주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 사그라진 식솔을 다시 불리고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그렇게 다사다난한 세월을 함께 한 아이였거늘 요즘은 햇빛 잘드는 베란다 귀퉁이에 세워두고도 다육이에게 혼을 뺏겨 물주는 것도 잊었더니 어느새 삼단같던 초록잎이 노랗게 세어서 축축 늘어졌다. 에고..너무 미안해서리.. 거실로 데리고 나와 말간 가을햇빛 앞에 세우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거리면서 노랗게 마른 잎을 따내 주고 있으려니, 오래전, 울 엄마 흰머리 뽑아주던 생각이 문득 들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지 뭐야.. 2020. 10. 12.
가을맞이 산행-대성문 오랜만에 뒷산에 오르는 길. 추석을 쇠면서 쌓인 피로감을 핑계로 널럴히 지내려니 심신이 더 늘어지는 것 같아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피곤함이 느껴질 때 산행은 좋은 처방법이라는 걸. 북한산의 가을은 얼마만큼 익었을까.. 기대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오르는 길. 참 이쁘기도 하지.. 초록잎을 피우며 희망을 노래하던 숲은 어느덧 노랗게 물들며 가을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금 이만큼 익어가는 중이라고.. 노란 고들빼기꽃이 반겨주는 숲길을 걷고 구철초가 소담스레 피어 있는 길을 걸으며 가을 내음도 맡고.. 명절 피로가 덜 풀린 데다 오랜만의 산행이라서 날고 싶은 마음과 달리 다리가 어찌나 무겁게 느껴지던지.. 긴급 처방으로 사탕 한 알 입에 물었다. 사탕 덕분인가.. 어느새 걸음이 가벼워져서 더 오르고 싶어 졌.. 2020. 10. 6.
나훈아 추석날 저녁에 방송되었던 나훈아 공연은 재방송도 없는 딱 한 번뿐인 방송이라기에 방송시간을 기다렸다가 공연 첫 시작부터 끝까지 풀 시청을 하였다. 백발에도 청바지와 통기타가 썩 잘 어울렸던 나훈아 오빠. 젊은 시절에는 소도둑놈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는 그의 말처럼 다소 야생적인 모습이기도 했었는데 긴 세월이 흐른 지금의 그는 훨씬 더 넉넉하고 여유로운 표정이었고 관록과 연륜이 배인 그의 눈빛과 몸짓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그의 가창력은 넘버원임을 인정하면서도 한때는 그의 느끼한 표정과 몸짓이 조금 불편했던 적도 있었더랬는데, 흐르는 세월과 함께 노랫말에 담겨지는 철학적인 삶의 관조와 인문학적 통찰이 마음에 와닿으며 점점 더 그이의 깊고 묵직한 영혼이 좋아졌더랬다. 그의 콘서트.. 2020. 10. 2.
화원 나들이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하향하기는 했지만 방송마다 이동자제를 요청하고 집안에 머물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니 자주 하던 산책도 자제하게 되면서 심정적으로는 거리두기 단계가 더 상향된 기분이 되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겠지요,, 다육이를 분갈이하며 마사토가 부족해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필요한 물품도 구입할 겸, 드라이브 삼아 오랜만에 양주 화훼단지를 찾아갔다. 오후 시간이긴 했지만 방문객이 거의 없어 썰렁한 분위기. 신기하게 생겨서 한참을 드려다 본 화초. 이름은 안물어 봤네요. 내 시선은 자연스레 다육이들에게로 향하고.. 다육이용 화분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사장님이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까지 시시콜콜 해주신다. 아마 손님이 없어서 많이 무료하셨던게지.. 어차피.. 2020. 9. 28.
다육이 돌보기 맑고 청명한 파란 하늘과, 말간 가을 햇살이 눈부신 요즘. 장마철 내내 물 한 모금도 맘껏 마시지 못해 까칠해진 다육이들을 단장시켜서 서둘러 노숙을 시켜야 했기에 맘이 급했다. 원래 장마가 끝나자마자 손질을 해주었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가을속으로 깊이 들어와 버렸으니..쯧! 우선 삐들삐들 마른 잎이 탱탱해지도록 실컷 물을 먹여서 갈증부터 해소시켜 준 다음,, 겹겹이 쌓인 하엽을 거둬내고 비실비실한 녀석은 분갈이도 해주고.. 다육이들에게는 습한 장마철이 제일 살아내기 힘든 계절이라기에 잎이 쪼글쪼글 주름질 때까지 물도 굶겨가면서 잘 이겨내기만을 기도했는데 아쉽게도 두 녀석이 무름병에 걸려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라는 이름처럼 분홍색과 노란색, 녹색의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던 이 아이도 오색빛깔은 .. 2020. 9. 26.
비대면 공연관람-러시아 음악의 밤 CBS방송에서 보내준 안내문자. 이 공연은 CBS가 준비한 첫 비대면 온라인 무관중 라이브 공연으로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였다. 그동안 콘서트 영상을 많이 봤지만 이 콘서트는 라이브 공연이었기에 자못 그 느낌이 궁금했다. 이어폰을 끼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 관람 시작~!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고막을 울리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공연장의 3등급 객석 쯤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감미로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연주되고.. 이 동영상은 카라얀이 지휘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입니다. 지휘 최영선. 이번 공연에는 러시아 음악가인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브스키, 글린카의 명곡이 연주되었다. 소.. 2020. 9. 18.
산성계곡 산행 이 세상에 아무리 좋은 곳이 많다고 하여도 내 쉴 곳은 북한산 뿐이라네. 가을이 왔다고, 코스모스는 햇빛보다 더 빵긋한 미소를 날린다. 지난 장맛비에 흙이 쓸려 내린 숲길은 척박한 돌길이 되었다. 계곡물의 힘찬 하모니는 힘을 돋우고 심연의 골짜기를 울리는 거친 물소리에 가슴이 뻥~~! 완전 사이다였음. 세상살이의 번민과 한숨은 이곳에 몽땅 부려놓자..!! 비 예보는 있었지만 종일 개인 날이었기에 나선 걸음이었는데 산행을 시작할 때부터 한두 방울 기미가 보이더니 급기야 빗방울이 제법 굵어진다. 다행히 차에 있던 비상용 우산을 챙겨 왔기에 걱정은 없었지롱. 콩나물 같은 버섯이 이끼 사이로 피어 난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 긴 장마에 갈길 없어 헤매던 빗물은 애꿎은 나무들을 갈지자로 사정없이 쓰러트리고 달아.. 2020. 9. 15.
유튜브로 배우는 공부 요즘 스마트폰 앱 기능은 참 다재다능한 것 같다. 간편한 앱을 이용하면 이렇게 내가 찍은 사진에 멋들어진 서체로 글을 집어넣을 수 있는데 이런 방법을 이제야 알았네. 유튜브로 배우는 공부도 재미 쏠쏠. 정말이지 요즘은 이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코로나 덕분에(?) 행동반경이 졸아들어서 외려 몸은 더 편해졌는데도 왠지 더 늙는 것 같은 이 기분.. 2020. 9. 11.
하이선 지나가던 날 큰 피해를 남기고 떠난 마이삭보다 더 강력한 태풍이 온다고 했다. 이름하여 하이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맞은 데 또 맞게 될까 두려웠던 아픈 상처의 공포였다. 코로나로 옴짝달싹 못하는 현실 속에서 길고 길었던 장마는 수해를 입히고 급기야 태풍까지 한몫 거드니 정말이지 맘 편한 날이 없는 올여름이다. 온 나라를 만신창이로 만든 자연재해 앞에서 작은 가슴은 더 오그라 들고 존재의 미약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던.. 피해지역의 아수라장 광경을 TV로 지켜보다가 다소곳하게 비 내리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이건 꿈속이런가.. 오늘은 커피보다 꽃차가 땡겼다. 노란 메리골드 꽃 다섯 송이 찻잔 속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호호.. 불어가며 한 모금, 두 모금.. 국화과에 속하는 메리골드는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풍.. 2020. 9. 8.
십이지신 이야기 우리가 태어나면 그 해 12간지의 상징 동물이 띠가 되는데 불교의 12지신은 12방위의 땅을 지키는 수호신의 의미가 있으며 약사여래의 호법신장이기도 하다. 아시아 나라 대부분이 띠의 문화가 있다고 하는데 흥미로운 건,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는 고양이 띠가 있고, 태국에는 돼지 대신, 코끼리 띠가 있으며 개미 띠가 있는 이족도 있다고 한다. 흠~! 재밌네요. 그럼, 불교 설화에 나온 각 띠의 모습과 성격, 기질이 어떤지 알아볼까요..? 子神(쥐)인 나는 광명의 몸을 채워주는 만월보살의 화현이라네.. 나는 자칭 욕심꾸러기. 나는 인연을 이어주는 완전한 중매쟁이라네. 고지의 정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끊임없이 노력하여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완성시킨다. 나는 활동의 대명사이며 꾀돌이다. 丑神(소)인 나는 잘못된 눈과.. 2020. 9. 7.
몇해만에 들른 도선사 도선사는 통일신라 때 도선 스님이 창건했다고 하며 조계사의 말사이다. 사천왕이 있는 천왕문을 지나고 설레는 마음으로 걷는 길. 바이러스가 들끓는 세상 이건만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그저 평안하기만 하다. 청담 기념관. 청담스님은 조계종 종단의 기초를 닦으신 분으로 조계종 2대 종정이셨다. 늘 불자들의 방문으로 붐볐던 곳인데 이런 한가로운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저 멀리 못 보던 석불도 보이고.. 몇 해 전에 왔을 때 로마 스페인 광장의 트레비 분수를 생각하며 동전을 던졌는데 생각지 않게 이곳까지 오게 됐으니 아마 시절 인연이 닿은 걸까.. 대웅전 앞에는 하늘을 가린 연등이 빽빽하게 걸려있고 무언가 시설물도 많이 생겼다. 오늘은 마음으로만 삼배...()()().. 내가 백일 동안 수능기도를 드리던 곳... 2020. 8. 29.
우이동 계곡 가던 날. 거리두기가 2단계로 바뀌고 언제,어디에서, 코로나와 맞닦드릴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고 보니 정말 맘 편히 갈 곳이 없다. 그나마 자주 찾아가던 은평구쪽 둘레길도 이젠 심드렁해져서 어디를 걸을까 궁리하다가 북한산 동쪽의 우이동 계곡이 머리에 번쩍~! 저 멀리 우뚝 솟은 봉우리는 만경대와 백운대, 인수봉이다. 여기는 우이동 만남의 광장. 광장에는 6.25 전쟁에 참전한 강북구 출신 88인의 우국충정을 기리는 현충탑이 서있고 구민들을 위한 체육시설과 놀이시설 등이 있다. 우이분소를 지나고, 계곡을 따라 걷는 길. 시원한 물소리와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귀가 절로 행복해진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있어 좋고~ 콸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서 좋고~ 가을내음 풍기며 알밤이 익어가네요. 갈림길 앞에서... 2020. 8. 27.
팬데믹 단상. 급박하게 돌아가는 코로나 재확산의 여파로 전국이 비상인 시국에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덕분에(?) 시부님 제사를 편하게 지냈다. 제사를 앞두고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데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조심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되어 가족들이 모이지 않기로 했으니 이런 상황을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그렇다고 아예 제사를 지내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우리 식구끼리 조촐하게 제사를 지내기로 하고 세 가지 과일과,세 가지 나물에 뫼와 탕,산적,포,떡만 차린 소박한 상을 시부님께 올렸다. 뭐.. 시부님도 충분히 이해하실 거라고.. 암만.. 올해는 시부님 기일 이틀 후에 남편 생일이 되다 보니 형제들 생일 모임도 자연히 취소되었고 저녁식사를 위해 작은 아들이 예약해 놓은 음식점도 취소하고 집밥을 먹었다. 집안에 제일.. 2020. 8. 26.
연꽃 2020. 8. 22.
옳은휴식에서 하루 캠핑 임시공휴일이었던 17일의 자모회 나들이. 길고 길었던 장마도 끝나고 그동안 우울했던 마음에 기분전환도 할 겸, 모처럼 한적한 시외에서 조용하게 하루를 놀고 오기로 하고 필요한 물품과 음식은 각자 한 가지씩 준비해 오기로 했다. 아침 9시 30분에 약속 장소에서 모인 후, 일행 9명이 차 두대에 나눠 타고 출발~ 당연히 마스크도 착용했지요. 이곳은 파주에 있는 당일 캠핑장인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으며, 오두막집을 연상케 하는 독채의 독립된 공간에서 캠핑의 기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휴가철을 맞은 캠핑장은 7개의 독채가 모두 손님들로 채워져 빈방이 없다고 했다. 우리도 누군가가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어렵사리 잡았다고 하네. 오두막집을 기어오르는 포도나무 덩굴에는 포도가 주렁주.. 2020.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