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173

서오릉 걷기 모처럼 비가 내리지 않은 아침을 맞았다. 습도가 높은 탓에 공기는 후덥지근해도 밖에는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매미도 소리높여 노래를 부르니 평온한 아침의 일상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장맛비가 연일 내리는 와중에도 잠깐씩의 틈새를 노려 산책길에 나서곤 했는데 굳게 닫혔던 서오릉이 문을 열었다기에 오랜만에 서오릉을 찾아갔더랬다. 서오릉에 입장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네. 오다 말다 내리던 비가 그치니 하늘엔 하얀 구름이 피어 오르고.. 하이~ 임금님! 동안 잘 지내셨나요? 서오릉 산책로에는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안내문이 군데군데 걸려 있다. 사회와의 거리두기로 눈에 보이지 않는 족쇄가 채워진 일상.. "우리가 들짐승도 아닌데 언제까지 맨날 산과 들만 헤매고 다니며 살 수 있겠냐"던 지인의 말이 생각나 .. 2020. 8. 12.
해바라기의 절규 비야.. 이제 그만..!! 그래도 비는, 꾸역꾸역 내린다.. 2020. 8. 9.
콧바람 쐰 삼천사 8월까지도 이어지는 긴 긴 장마철. 소나기 같은 비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다가 오후 들어서야 조금씩 잦아들기에 싱그런 산 냄새를 맡으러 무작정 북한산 곁으로 달려갔다. 산은 호우주의보로 출입이 통제되었으니 삼천사라도 다녀오자고! 산 입구에 라는 안내판이 서있었지만 우린 삼천사에 가는 거니까 통과~! 아스팔트가 깔린 새로 난 길을 외면하고 삼천사로 올라가는 옛길로 접어들었다. 북한산 계곡의 무허가 건축물들은 모두 철거되었는데 계곡 입구에 있는 예스런 모습의 음식점들은 사유지에 있어서 오롯하게 남은 것 같다. 오다 말다 하던 비는 계곡에서 힘차게 흐르고. 폭우가 쓸어버린 산길은 순전 돌멩이 투성이었다. 삼천사 입구. 미타교를 건너며 세속을 벗어난다. 콸콸콸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가슴속을 훑어 내는 것 같았.. 2020. 8. 7.
요즘 광화문 글판-정지의 힘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올해 광화문 글판에 걸린 여름편 시는 백무산 시인의 이다. -백무산-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시간은 코로나가 오기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흐르고 있는데 삶의 많은 것들이 정체되고 정지된 것 같은 요즈음,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것 같은 빈 마음에 헛헛함과 무기력감을 느끼지만 이 시기 또한, 새 세상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위안하.. 2020. 7. 31.
서리태 콩국수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 무더위에 입맛까지 잃어서 올여름 들어 두 번째 서리태 콩국을 만들었다. 요즘은 시중에서도 쉽게 콩국을 사 먹을 수 있지만 시음을 해보면 무언가 2%의 아쉬움이 느껴지기에 번거로워도 콩국은 꼭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그리 미식을 따지는 건 아니지만 입맛만큼은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기억된 입맛과 다르면 왠지 잘 안 먹힌다는. 서리태를 깨끗이 씻은 후 가볍게 삶아낸 다음, 콩 삶은 물을 따로 받아내고 껍질을 어느 정도 벗겨냈다. 콩껍질에 영양이 많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부드러운 맛이 먼저니까..! 받아두었던 콩 삶은 물을 넣어 콩을 갈았다. 이번에는 베 보자기로 걸러내지 않을 거라서 최대한 곱게 갈았다. 이날 저녁 메뉴는 소면을 삶은 국수에 크림처럼 걸쭉하고 진한 콩물을 넣은 콩국수. 콩물.. 2020. 7. 30.
마장호수 오후 4시가 갓 넘은 시각. 오전 내내 비를 흩뿌렸으니 아마 물안개 핀 호수 풍경이 근사할 거라고.. 시간은 늦었지만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자며 나선 길이었다. 5시쯤 마장 호수에 도착했다. 출렁다리는 오후 6시가 넘으면 건널 수가 없기에 이곳 물댄 정원에 차를 주차해 두고 부지런히 호수 산책부터 나섰다. 후우.. 싱그러운 내음.. 비가 개이더니 안개까지 개었나 보다. 비가 내릴 때 왔으면 더 좋았겠다고 아쉬운 마음으로 궁시렁 궁시렁.. 그래도 깨끗한 풍경들이 아름다웠다. 호수를 산책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마스크는 안 썼다. 마스크 하나 벗었을 뿐인데도 이 홀가분함이라니.. 너도 잘 있었구나~! 아래서 올려다 본 출렁다리는 창공으로 가는 열차길 처럼 보였다. 출렁다리 초입에 다다르니 벌써부터 가슴이 뛰기.. 2020. 7. 28.
장맛비 내리던 날 2020. 7. 23.
꿀마늘 코로나가 등장한 지 6개월이 넘었는데도 영 사그라질 기미는 없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고, 그걸 방역하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면 뿅망치로 고슴도치를 잡는 오락 놀이가 생각난다. 백신이 언제 나올지도 기약이 없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집콕만 할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되니 천상 내몸 면역력이라도 더 키우는 수 밖에.. 저번에 마늘 장아찌를 만들어 놓긴 했지만 그건 식사때나 먹을 수 있는 반찬이어서 이번에는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꿀마늘을 만들었다. 마늘이 건강에 좋다는 건 익히 알지만 면역력을 키우는데도 아주 좋다고 하지요? 혈액 순환에도 좋은 건 물론이고 항박테리아, 항진균의 성분도 들어 있다고 하니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요즘에는 더욱 더 필요한 건강식인 것 같습니다. 꿀마늘 만드는 방법도 아주 간편하고.. 2020. 7. 21.
인왕산 하산 복원된 지 얼마 안 된 성벽은 마치 하얀 페인트칠을 한 것 마냥 푸르른 녹음 속에 부자연스럽게 도드라져 보였다.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한 몸처럼 어우러질까나.. 다시 세상으로 내려가는 길.. 기계로 반듯하게 자른 돌로 복원된 성벽은 참 정갈하게 보이지만 정 없어 보이는 건 사실,, 오던 길 되돌아서 한번 보고~ 빌딩으로 둘러 쌓인 산 위에서 깊은 침묵 속의 평화를 즐기며 세상을 내려다본다.. 계단의 높낮이와 폭이 보폭과 영 맞지 않아 내려가기 힘들었던 최악의 계단. 이 구간을 공사한 실무자는 아마도 이곳을 한 번도 오르내려 본 적 없는 사람 일거야. 올라올 때보다 더 힘든 하산길..ㅉ 성벽 귀퉁이에 뿌리를 내리고 노란 꽃을 활짝 피운 돌나물..? 인왕산에서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 안산으로 넘어가려고 했는.. 2020. 7. 19.
인왕산 오랜만에 인왕 스카이웨이 산책로(인왕산 자락길)를 걷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부암동에서 자락길로 접어드는 입구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 실내에 불이 켜져 있었다. 이제 오픈을 한 걸까..? 인왕산 자락을 밟으며 수호신 호랑이와 반가운 조우, 참 오랜만이네..! 출발~~!! 인왕산 자락길은 인왕 스카이웨이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입니다. 편안하게 자락길이나 걸으려고 나섰는데,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입구를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계단이 아찔하긴 했지만 오래간만에 인왕산을 오르기로 했다. 이제부터 한양도성 순성길로 올라간다. 100여 미터 남짓한 데크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한양 성벽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1km 남짓이지만 계단이 흐드드하게 많아서 기피했던 곳이었는데 대신 거리는 짧으.. 2020. 7. 17.
병원의 작은 전시회 요즘은 병원에 출입하려면 철통 같은 검문을 받아야 한다.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문진 작성을 하여 QR코드를 핸드폰에 챙기고 병원 도착.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핸드폰에 저장한 QR코드를 제시하고, 발열체크 후 확인 스티커를 받으면 비로소 통과~! 볼일을 마친 후, 마침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 잠시 둘러보았다. 선과 여백으로 이루어진 작품들.. 작가는 명상을 하듯 호흡을 가다듬고 한 획을 내리그었다고 한다. 한 호흡 후, 한 획. 굵고 강한 획에서는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들숨..날숨..?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만큼 불특정 다수가 들락거리는 병원 방문을 제일 꺼려했는데, 이렇게 철통같은 경비를 통과하여 병원 안으로 들어가니 세상, 제일 안전한 곳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묘한 심정이 되더라니.. 2020. 7. 14.
한양성곽 산책 모처럼 나왔으니 복원된 한양성곽도 둘러 보고 싶었다.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태조는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성곽을 쌓기 시작했으며 숙종때까지 축성은 이어졌다고 하는데,,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며 성벽이 많이 훼손되고 파괴되어 명맥만 남아있던 성벽을 2006년부터 시작된 복원사업으로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장충체육관 뒤로 접어들면서 성곽산책로는 시작되는데 오전에는 흐렸던 하늘이 오후로 접어들며 햇살이 쨍쨍이었다. 오밀조밀 이쁘게 치장한 상점들이 예술문화의 거리답게 도열해 있고.. 켜켜이 쌓인 세월.. 그 세월 틈바구니에서 새 생명이 어렵게 자리를 잡았다. 축성과 관련된 기록이 새겨진 각자성석에는 시기와 유형에 따라 축성 구간과 축성을 담당한 지방의 이름, 책임관리와 석수의 이름이 각각 새겨져 있다고 .. 2020. 7. 11.
장충단 공원 장충단 공원 부근에 약속이 잡혀 모처럼 시내로 외출을 했는데 약속 시간이 20여분이나 남아서 장충단 공원을 잠시 산책하기로 했다.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누구를 찾아~왔~나~ 낙엽송~ 고~목을~ 말없이 쓸~어 안고~ 초등학생 때 휴일이면 아버지는 이곳 장충단 공원으로 내 바로 아래 남동생과 나를 데리고 가끔 산책을 나오셨더랬다. 그때는 공원이 넓은 운동장 같았는데.. 그곳에서 아이들이 온갖 운동을 하면서 바글바글 뛰어놀았더랬는데.. 지금은 멋들어지게 가꾼 화단과 잘 닦인 산책로만 덩그레 남아 있다. 이곳 어느 근방에 무슨 동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낯설게 변해버린 모습에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장충단 비. 이곳에 을미사변과 임오군란 때 순직하신 분들에게 제사를 지낸 제단이 있었다고 하는데 6.25 전쟁.. 2020. 7. 9.
북악 산책로 북악 산책로를 걸으려고 집을 나서면서도 혹시나 뜨거운 땡볕일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늘이 드리워져 걷기에 아주 좋았다. 산들바람이 솔솔 불던 길. 이곳은 산책로가 좁아서 사람들과 자주 맞닥뜨리게 되어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걸었다. 훗날엔 이런 사진도 추억이 되려니.. 한 아저씨가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하게 연주를 하고 계셨는데 그 실력이 수준급 이상이었다.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내딛는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리드미컬해지고~! 산책을 끝내고 되돌아 갈 때도 여전히 연주를 하고 계셨으니 2시간여 동안의 연주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덕분에 낭만적인 산책이 되었다는 후문. 이걸 코로나가 가져다준 선물이라고 해야 하나 어쩌나.. 요즘은 하늘이 너무 이쁘다. 원래 이 모습인 것을, 그동안 우리는 무얼 잃어.. 2020. 7. 5.
언택트 시대 잠시 잦아들던 코로나가 다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확산되더니 이제 전국적인 양상을 보이며 2차 팬데믹을 예고하고 있다. 이젠, 마스크는 절대적인 수호신이 되었고 아무나 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게 되었으며 아무 곳이나 가지 않게 되다 보니 사람 간에 눈을 맞추고 사람 사이에 정을 나누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기계 문명의 혜택을 즐거이 받아 들여서 은행일은 스마트폰으로, 쇼핑은 온라인으로, 자잘한 문화생활은 유튜브로 보고 듣고, 가상공간에 있는 내 보금자리에서 전혀 알지 못했던 타인과 소통도 하고, 친구들과는 카톡으로 수다를 나누며 비대면 문화를 톡톡히 향유하고 있었으니 언택트 시대는 나의 삶에도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는 걸..!! 정겨웠던 세상을 .. 2020.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