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181 첫눈 산행 간밤에 눈에 내릴 거라는 예보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눈뜨자마자 커튼을 열어 젖히고 창밖을 내다보니 정말 하얀 눈이 소복히 쌓였다. 와우~이뻐라.. 저번에 소리 소문도 없이 첫눈이 내렸다는데 내가 못보았으니 오늘 내린 눈이 나에겐 첫눈이다. 눈이 왔으니 산에 가야지~~ 북한산에 가느라 도로를 달리는데 하얗게 쌓여있을 줄 알았던 눈이 온데간데없다. 분명 우리집 앞 나무에 눈이 쌓여있는 걸 보고 나왔는데 언제 이렇게 다 녹았다니 싶었지만 그래도 설마 산에는 있겠거니 했는데, 막상 산성입구에 당도하니 눈도 없었지만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북한동까지만 갈 수 있다네. 둘레길이나 걷자 했더니 거기도 막아놓고, 계곡 구경이나 할까 했는데 그 길도 막아 놓았으니.. 눈사람으로 환생한 첫눈. 그냥 돌아갈 수 없으.. 2020. 12. 14. 분홍꽃잎 재활용 국화차를 마시려다가 문득 부겐베리아가 떨군 꽃잎이 생각나 찻잔 옆에 널어놓았다. 그랬더니 한결 포근한 느낌..! 요즘엔 마음치유를 위한 컬러테라피도 있다고 하는데 핑크색은 기분을 한층 화사하게 만들어 주고 심신에 안정을 주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고 하니, 요즘처럼 코로나로 불안한 시국에 분홍꽃잎을 선사해준 부겐베리아가 더없이 고맙게 느껴졌다. 2020. 12. 9. 작은 감동-풀꽃 유리창 너머로 말간 겨울바람이 쉼 없이 일렁이는 날. 창가에 따스한 햇살이 슬며시 들어앉았다. 지난봄에 어린 화분 한 포트를 들여와 합식해 준 게발선인장은 한창 꽃을 피우고 있고, 하트 모양의 보랏빛 잎이 아름다운 사랑초도 꽃을 부지런히 피우기 시작했다. 새로 들인 어린 선인장은 꽃 속이 하얗다. 부겐베리아 꽃은 몇 번이나 피고 지는 중인지.. 떨군 꽃잎은 아까워서 그대로 놔두었다. 구석에 있던 게발선인장 화분을 무심코 보다가 깜놀~!! 어머나 세상에~~ 얘네들이 언제 이렇게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다니~!! 지난봄, 척박한 장소에서 힘겨운 곁방살이를 했던 사랑방 손님이 장하게 일생을 살고 간 그곳에서 그들의 후손이 올망졸망 터를 잡았을 줄이야.. 코로나에 지쳐가는 나날에 삶의 기쁨과 환희를 선사해준 너,.. 2020. 12. 3. 김장을 끝내고..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꼭 해야 할 김장을 하고 났더니 이제야 맘이 홀가분하네. 알타리 김치는 진작에 해놓았고, 한날은 동치미와 쪽파김치 담그고, 또 한날은 배추김치와 섞박지 담그기. 올해는 배추김치량을 확 줄여서 대관령 고랭지 절임배추로 3박스만 했다. 하나로마트에서 사 온 다발무 무청이 어찌나 튼실하고 싱싱하던지 차마 버리기가 아까워서 생전 안 해보던 시래기도 만들었다. 난 그냥 무청을 말리면 시래기가 되는 줄 알았는데 푹 삶아서 말려야 한다네. 푹 삶은 시래기는 베란다 빨래걸이에 걸어 놓았다. 나 어릴 적, 모든 집들이 그러했겠지만 겨울철 우리 집 마당의 빨랫줄에도 늘 시래기가 널려 있었던 것 같다. 시래기 된장국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울 아버지는 고춧가루 솔솔 뿌리고 쫑쫑 썬 파와 다진 마늘을 넣어.. 2020. 11. 30. 방울복랑 치료하기 동글동글 알사탕같은 오동통한 모습이 귀여워서 작년 봄에 애기 방울복랑 두 녀석을 집에 데려 왔는데 그동안 새 잎장도 많이 나오고 무탈하게 잘 자라더니 요즘들어 한 녀석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이 아이는 이렇게나 이쁘고 건강한 모습인데.. 이 녀석은 물을 충분히 먹였는데도 쪼글쪼글해진 잎이 펴지질 않고 별 반응이 없다. 이런 증상이 있을 땐 뿌리를 살펴보아야 한다기에 분에서 꺼내어 뿌리를 살펴보고 뽀송한 흙으로 새로 분갈이까지 해주었는데도 영..이다. 그래서 큰맘먹고 적심을 했다. 하필 겨울이라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봄이 되기를 기다리다가 자칫 그 전에 보낼 수도 있다 생각하니 한시도 머뭇거릴 수가 없었다. 화초를 키울 때도 가지치기를 못해서 늘 키만 멀쑥하게 키웠는데 다육이를 키우면서 모진 심성.. 2020. 11. 24. 두물머리 우선 두물머리를 둘러본 뒤,세미원을 마저 둘러 보기로 했다. 비교적 한적했던 세미원과 달리 두물머리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한여름의 풍경은 어땠을까..상상하며 걷던 길.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으로 양수리라고 불리는 곳이다. 수령이 400년이나 되는 느티나무 세 그루는 두물머리의 터줏대감이라고나 할까.. 병아리 떼들도 오랜만에 소풍 나온 듯.. 겸재 정선의 그림의 양수리와 운길산 풍경.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전설이 있는 두물머리 나루터. 옛날에는 남한강의 단양부터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는 마지막 정착지로 크게 번성했던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힐링지 역할을 하고 있으니 세월이 무상한 건지, 세상이 무상한 건지.. 두물머리의 .. 2020. 11. 21. 양수리 세미원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연기했던 모임들이 재개되었는데 모임마다 이왕이면 가을 나들이를 가자고 하니 널럴했던 일상에 갑자기 한꺼번에 나들이 복이 터졌다. 세미원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오늘은 친구들과 나들이 가기로 한 날. 원래는 미리 다녀온 친구의 추천으로 양평의 물소리길을 걷기로 했는데, 한 친구가 급작스레 발을 조금 다치는 바람에 장거리 걷기는 무리일 것 같아서 양수리 세미원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그 옛날 어머님들이 장독대에서 정화수 떠놓으시고 빌던 그 마음으로 나라와 가정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장독대 분수. 세미원은 연꽃이 한창일 때 오는 것이 제격이겠으나 연꽃이 사그라진 그 황량하고 쓸쓸한 분위기도 좋겠다 싶었는데 스산한 풍경임에도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는 그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더.. 2020. 11. 19. 시몬과 함께 서오릉 산책 낙엽 밟으며 걷고 싶어서 찾아간 서오릉. 은발의 할머니 한분이 우리 앞에서 걸으셨는데 하얀 머리칼이 햇빛을 받을 때마다 퇴색된 가을색 속에서 투명하게 빛났다. 그림자가 점점 드러눕는 시각. 키재기 하는 그림자들을 즈려 밟으며 걷던 길. 가는 가을이 서러운 듯 석양빛을 받은 단풍은 더욱 붉은 빛을 뿜어내고.. 나는 초연한 마음으로 화려한 가을빛의 마지막 향연을 느긋하게 즐긴다. 당신은 오늘 하루도 찬란하군요.. 얼마 안가 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하얗게 드러난 말끔한 길. 부지런한 관리인 아저씨가 이미 한 바퀴 돌며 수고하신 듯.. 지팡이를 짚은 어린 김삿갓이 낙엽 쌓인 길을 걷는다. 시몬! 나뭇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며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2020. 11. 15. 소귀골 산책 소귀골은 우이동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우이동의 북한산 기슭에 있는 음식점에서 삼십년지기인 지인들을 만나 점심을 먹고 우이령으로 오르는 길을 잠시 산책하였다. 이곳은 느즈막히 단풍이 드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아직까지 고운 빛을 잃지 않아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아직도 불타고 있는 가을. 가을의 마지막 모습이 이렇게나 이쁘더랍니다. 붉은 물이 가슴을 흠뻑 적시던.. 내 몸통도 온통 알록달록 물들 것만 같은.. 덩달아 세로토닌도 뿜 뿜..!! 행복해지는 법. 주변을 돌아보고 오감을 열어라. 생각을 줄여야 몸이 행복하다. 생각을 없애려면 현재에 집중하라. 단풍나무는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던가..! 고운 단풍이 우거진 아름다운 길을 걸으니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해졌다. 이제 가을과 이별이다.. 2020. 11. 13. 잣향기 푸른숲-가평 11월 3일 화요일. 밤사이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이른 아침, 창문을 여니 싸한 공기가 제법 칼칼했다.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 첵 아웃. 오늘은 아침운동 겸, 축령산의 잣향기 푸른 숲을 둘러보기로 했다. 하늘 높이 쭉쭉 뻗은 침엽수가 그늘을 드리워 오전 11시가 지난 시각이었는데도 코끝이 시리고 추웠다. 경기도 잣향기 숲은 수령 80년 이상의 잣나무림이 국내 최대로 분포해 있다고 한다. 입장료는 천 원, 65세 이상은 무료. 사방댐을 목적지로 하고, go~ 날도 추운데 바람까지 한몫하던 날. 코끝을 톡 쏘는 쨍한 공기가 마치 잘 냉장된 사이다 같았다. 모자를 짐가방에 넣어 두고 나와서 머릿칼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을 무방비로 품어야 했다. 완전 겨울 같았던 느낌.. 인적도 없고.. 그.. 2020. 11. 9. 아침고요 수목원 2 이제 꽃길만 걷기..! 잘 가꾸어진 국화꽃이 만발한 꽃동산을 거닐며.. 오색 국화가 만발한 산책로를 걸으니 카타르시스도 뿜뿜..! 인위적인 아름다움은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꽃에 취하니 마음은 나비가 되고~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걸려있는 단풍나무의 몇 안되는 잎파리들이 가을이 갈 때가 머잖았음을 알려 주는 것 같았다. 핑크뮬리의 고혹적인 색감은 여전히 환상적이었다. 비록 위해식물이긴 해도 핑크뮬리를 만나면 기분이 업되는 건 사실이니까.. 이 향나무는 수목원의 설립자가 안동의 침몰된 마을에서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고고한 모습속에 천년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견딘 강인함이 느껴졌다. 모과가 어찌나 반질반질 이쁘게도 생겼던지.. 더 머물고 싶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입구로 총총.. .. 2020. 11. 7. 가평 아침고요 수목원 차창밖으로 드러난 청평댐은 이미 깊은 늦가을 속에 잠긴 모습이었다. 방역당국의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거의 집콕하고 살았던 우리들은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나들이 한번 다녀오자는 의견에 만장일치로 찬성하며 가까운 곳에서 1박의 짧은 여행을 하기로 했다. 차 3대에 11명이 나눠 타고 가평으로 출발~! 가는 길에 보았던 산천초목들은 겨울 초입으로 들어서는 늦가을의 모습이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친구들이 있으니 뭐 어떠랴.. 가는 길에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보쌈을 곁들여 막국수 한그릇씩 뚝딱~! 먹는 거에 정신이 팔려 정작 주인공인 막국수는 사진을 못 찍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아침고요 수목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시기가 늦어 이쁜 단풍은 못 보겠거니 했는데 입구를 불태우고 있는 단풍빛에 모두들 깜놀.. 2020. 11. 5. 10월의 개울가 음악회 세검정 부근의 육교 위에서 바라본 북한산. 도로곁의 플라타나스는 아직도 독야청청이다. 곧 떠나보낼 시월과의 이별을 앞두고 동네 앞을 흐르는 개울가의 조그만 쉼터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목덜미를 헤집는 추위가 싸늘하게 느껴지던 늦은 오후시간. 한여름, 그늘을 내어 주는 나무 한그루가 홀로 서있는 데크 쉼터는 소박한 공연장의 무대가 되었다. 이번 공연의 연주자는 연주자와 청중이 함께 즐거움과 감동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연주자들이 결성한 앙상블인 프라임 뮤직이다. 프라임 뮤직은 정통 클래식 뿐 아니라 모두가 아는 친근한 세미 클래식이나 대중가요등 여러 장르를 연주한다고 했다. 귀에 익은 음악이 연주되고 바람이 불때마다 후드드 흩날리는 낙엽..! 아름다운 가을이 뼛속까지 느껴지던.. 2020. 11. 4. 찐 팬 이야기 코로나 팬데믹은 사람들의 취향도 달라지게 하는 것 같다. 친교모임은 별로 탐탁스러워하지도 않았는 데다 트로트는 잘 알지도 못했고 가요를 불러도 클래식스럽게 부르는 친구였는데, 그동안 미스터 트롯을 얼마나 열심히 시청했던 건지 모임날, 김호중 찐 팬이 됐다고 자랑하며 김호중 신곡 CD를 한 장씩 돌린다. 나도 김호중이 부르는 노래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팬클럽에 가입할 정도의 열의는 부족한데 대학 강단에 서는 이 친구는 제자 같은 젊은 가수에게 보내는 열정이 대단했다. 얌전하게 앉아서 조용히 얘기하던 예전 모습은 사라지고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팬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조잘조잘 전해주는 입이 완전 귀에 걸려있다. 눈빛도 완전 초롱초롱해지고..ㅎㅎ 행복해지려면 무언가 몰입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정말 그 .. 2020. 11. 1. 광화문 글판 올해 30주년을 맞은 광화문 글판의 글은 시인과 촌장의 이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광화문 글판은 신용호 교보생명의 창립자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으며 1년에 4번, 사계절마다 시의성있고 정감어린 위로와 희망의 글을 올리고 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그럼요.. 모든 건 제자리에 있을때라야 제일 아름다운 것을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와 뒤틀리고 어긋난 일상들이 반듯해지고 평안을 이루어 감사하며 살 수 있는 때가 하루속히 오기를.. 2020. 10. 30.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146 다음